[WBC] 세밀한 작전 + 힘 있는 한 방 … ‘한국식 토털야구’ 빛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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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대표팀이 22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에서 선발투수 윤석민의 호투와 추신수·김태균의 홈런포에 힘 입어 10대2의 대승을 거뒀다. 경기가 끝난 후 김인식(中) 감독과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한국형 ‘토털 베이스볼’이 세계 야구를 뒤흔들고 있다. 한국이 22일(한국시간) 베네수엘라를 꺾고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 진출하자 ‘도대체 한국 야구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롱볼’과 ‘스몰볼’을 절묘하게 조화한, 이른바 ‘토털 베이스볼’을 펼쳐 보이며 야구 강호들을 잇따라 무너뜨렸다. 여기에 강한 정신력 까지 더해져 한국 야구를 세계 최강 반열로 끌어올렸다.

◆홈런과 도루의 조화=흔히 홈런은 롱볼, 도루는 스몰볼을 상징한다. 이번 대회 4강 팀 중 메이저리거들이 주축을 이룬 베네수엘라와 미국은 각각 13개와 11개의 홈런에 도루는 7, 6개에 머물러 롱볼 스타일로 분류된다. 일본은 도루가 9개인 반면 홈런은 4개에 그치며 전형적인 스몰볼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토털 팀이다. 도루가 9개로 일본과 공동 1위를 달리고 있으면서 홈런도 10개로 미국·베네수엘라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특히 한국은 거포 군단인 멕시코(14홈런)를 홈런 3방, 베네수엘라를 2개의 홈런으로 각각 무너뜨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김인식의 신들린 듯한 벤치 운용=한국형 토털 베이스볼은 김인식 감독의 빼어난 용병술과 날카로운 상황 판단 덕분에 꽃을 피우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에게 믿고 맡길 때와 작전으로 승부의 흐름을 바꿀 때를 완벽하게 구분하며 신들린 듯한 벤치 운용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선취점이 어느 경기보다 중요했던 22일 베네수엘라전에서는 1회 초 무사 1·2루 기회에서 3번 김현수에게 강공을 지시해 한 이닝 5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16일 멕시코전에서는 번트 자세에서 강공으로 전환하는 버스터와 더블 스틸 등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며 상대의 혼을 빼놓았다. 김 감독은 ‘한국은 롱볼보다는 스몰볼을 지향하는 것 같다’는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야구가 세세한 면도 있고 파워까지 갖추면 다 좋을 것”이라며 “매 순간, 상황마다 작전은 다르다. 홈런이 나올 수도 있고 번트와 도루를 지시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김인식표 토털 야구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선수들의 강한 집중력=김 감독의 빼어난 용병술은 실력과 정신력을 겸비한 선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4번 타자 김태균은 이번 대회 3홈런(공동 1위)·11타점(1위)의 맹타를 휘두르며 세계 최고 거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범호도 3개의 홈런을 때려 냈다. 도루 역시 이용규·이종욱(이상 2개)을 비롯해 7명이 고르게 기록했다. 또한 선수들은 한국 대표팀 특유의 정신력과 팀워크로 상대를 압박했다. 22일 베네수엘라가 무려 5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자멸한 것도 한국 선수들의 파이팅에 기세가 눌린 탓이다.  

로스앤젤레스=한용섭 기자

◆토털 베이스볼(Total Baseball)=‘롱볼’과 ‘스몰볼’을 아우르는 ‘통합 야구’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야구는 감독이 경기에 얼마나 개입하느냐에 따라 ‘롱볼’과 ‘스몰볼’로 구분된다. 미국 메이저리그 방식으로 불리는 ‘롱볼’은 경기의 흐름을 선수에게 맡긴 채 정면 대결과 장타력으로 승부를 건다. 일본 프로야구로 대변되는 ‘스몰볼’은 번트 등 벤치의 다양한 작전과 세밀한 주루 플레이 및 수비가 돋보인다. 김인식 감독은 이번 WBC에서 홈런과 도루, 수비, 벤치 작전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새로운 토털 야구 스타일을 선보여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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