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립선을 지키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0면

얼마 전 요실금 치료를 받던 중년 여성이 조심스럽게 남편의 증상을 문의했다. 언제부터인가 남편이 화장실을 쉴 새 없이 들락날락한다는 것이다. 화장실 가는 문제 때문에 밤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심지어 가벼운 등산이나 화장실이 없는 버스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한다. 병원에 좀 가보라고 어르고 달래도 괜찮아질 것이라며 오히려 타박을 받았단다. 증상을 자세히 들어보니 전립선 비대증 초기 증상이었다. 방치하면 요로 폐쇄·요로 감염·방광 기능 상실과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니 남편과 같이 꼭 방문하라고 잔뜩 겁을 줘서 돌려보냈다.

중년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여성 요실금과 남성 전립선 비대증이 있다. 여성 요실금은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사례가 많다. 이와는 달리 남성은 자신이 전립선 비대증에 걸린 줄도 모른 채 생활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소변을 보지 못하거나 바지를 적시는 요실금 증상 등으로 고통을 겪게 된다.

전립선 비대증은 방광 바로 아래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 호두 알만 한 조직인 전립선이 점점 커져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고 방광을 자극해 배뇨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소변을 봐도 뒤가 시원하지 않고 배뇨 장애가 생기기 때문에 환자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40대 말에서 50대 초에 주로 발생한다. 60대는 약 60%, 70대는 약 70%가 전립선 비대증을 앓고 있으니 내 남편만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배뇨 문제는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기 힘들기는 남녀를 불문하고 마찬가지.


전립선 비대증 증상으로 고생하면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다행히 이러한 증상은 평소 생활습관 교정으로 예방과 증상 개선이 가능하다. 아내들이여, 남편 전립선 건강을 위해 더도 말고 딱 세 가지만 실천해 보자.

먼저 전립선에 좋은 식품을 골라 ‘건강한 밥상’을 차려보자. 동물성 지방에 치우친 식단은 멀리하고, 대신 불포화지방이 많은 식물성 기름이나 올리브유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채소와 과일을 1주일에 5회 이상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 전립선 건강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식품은 많은 연구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호박씨·굴·소팔메토(톱야자) 등이 그 예다. 호박씨는 독일 등 유럽에서 전립선 비대증과 전립선염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인정받은 식품이다. 굴에는 면역과 세포 분열에 유익한 아연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소팔메토는 미국·유럽 등지에선 전립선 비대와 관련한 배뇨 장애 개선을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선 ‘CJ뉴트라’의 ‘전립소 쏘팔메토’ 등 건강 기능식품 형태로 나와 있다. 의사와 상담 후 예방 차원에서 복용하는 것도 전립선 건강에 도움이 된다.

‘건강한 성생활’도 중요하다. 중년 이후 남성호르몬 생산이 줄기 때문에 성욕이 감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상황. 이를 잘못 해석해 부부 간 성생활을 금기시하거나 ‘성생활이 건강을 해칠 것’이라는 오해는 자칫 회복 불가능한 성기능 장애나 노화 촉진을 초래할 수도 있다. 아내 입장에서 먼저 대화하고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유도하는 적극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은 ‘건강한 습관’이다. 오래 앉아 있는 환경은 전립선 건강에 가장 큰 적이다. 피할 수 없다면 잠깐씩 짬을 내어 간단한 체조나 스트레칭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한다면 아내가 먼저 운전대를 잡는 것은 어떨까? 전립선 질환 예방을 위해 매일 30분 이상 바른 자세로 걷는 것이 좋다. 아내들이여, 오늘 밤 동네 한 바퀴 돌고 오자며 남편의 손을 먼저 이끌어 보자. 남편의 건강은 아내 하기 나름이다.

이유식 봄마루비뇨기과 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