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2011년 8억t 부족, 친환경 중,소규모 댐 추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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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호 20면

물그릇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댐을 건설하는 것이다. 하지만 댐 건설은 인근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발 때문에 쉽지가 않다.강원도 영월댐(동강댐)이 대표적인 경우다. 영월댐은 저수량 7억t으로 계획돼 건설이 추진됐지만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경관이 뛰어난 동강에 댐을 건설해서는 안 된다’는 저항에 부딪혔다. 1997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댐 건설 계획을 발표하자 환경·시민단체에서 반발하기 시작했다. 영월 현지 주민들도 댐 건설 반대에 목소리를 보탰다.

논란 끊이지 않는 댐 건설

건설 후보지 인근 지역에서의 대규모 시위는 물론, 수몰 예정지역 주민들은 상경 시위까지 벌였다. 한양대 지진연구소에서는 ‘댐 건설 지역 지진 우려’ 주장을 펴기도 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댐 건설을 계속 지시했지만 강원지사가 ‘댐 건설 불가’ 입장을 천명하고, 국제환경단체에서도 반대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2000년 결국 백지화되고 말았다.

댐 건설을 맡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는 2001년 종합계획(2001~2011년)에 따라 댐 후보지로 전국에 27곳을 지정했다. 이 가운데 최근까지 완공된 댐은 감포댐과 평림댐 두 곳에 불과하다. 현재 건설 중인 댐도 4곳(화북댐·성덕댐·부항댐·한탄강 홍수조절댐)뿐이다. 수자원공사는 2007년 7월에 댐 후보지를 9개로 줄이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수자원 여건 변화와 사회적 변화를 반영해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장기계획을 변경했다’는 것이 수자원공사 측의 해명이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백성운(한나라당) 의원은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의 댐 건설 계획이 축소된 것은 당시 노무현 정부의 성격과 환경단체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며 “수자원 장기종합 계획과 특히 댐 건설 계획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의원의 말처럼 이명박 정부 들어서 댐 건설 계획은 또다시 수정되고 있다. 수자원 확보를 위한 댐 건설이 정부의 색깔에 따라 갈지자를 걷고 있는 것이다.
수자원공사 김기호 수자원계획팀장은 “최근의 겨울·가뭄 등의 여파로 2년 전 계획 때보다 물 부족과 댐 건설 필요성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2007년 계획보다 댐의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계획을 다시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친환경적 중·소규모 댐, 산간 미급수 지역 등을 위한 소규모 용수전용댐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자원공사가 최근 만든 ‘새로운 댐 건설 추진 방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증가와 산업 발달로 물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물 수요 관리를 통해 물을 최대한 절약해도 2011년이 되면 약 8억t의 물이 부족해진다.

아주대 이재웅(환경건설교통공학부) 교수는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한반도의 홍수와 가뭄 현상은 앞으로도 더욱 심해질 것이기 때문에 가장 확실한 대안인 댐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며 “최근의 전국적 가뭄과 물 부족 현상은 지난 10년간 정치논리에 휘둘려 댐 건설을 미뤄온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댐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댐 건설은 환경을 크게 훼손할 수밖에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는 주장 자체가 개발론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허구라는 주장도 있다.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운영위원장은 “국토해양부가 산골·섬 지역의 물 부족 현상을 시·군 단위로 넓혀 표시하고서 마치 전국이 물 부족 상황인 것처럼 오도하고 더 나아가 산골이나 섬에는 쓸모도 없는 대규모 다목적댐 건설 주장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동대 박창근(환경공학부) 교수는 “댐 건설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라면서도 “댐 건설 이전에 현 정부가 댐 건설을 주장하는 근거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물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물의 관리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국토해양부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수자원에 대한 통계수치를 엉터리로 발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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