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앞으로 호날두 통장엔, 주말마다 4억원이 입금된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06호 16면

박지성의 팀 동료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세계 최고 연봉을 받을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주급 20만 파운드(약 4억원)가 적힌 새로운 계약서를 받아 든 호날두는 “맨유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팀이고,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고다. 나는 이곳에서 행복하다”고 반겼다. 호시탐탐 그를 노리던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는 여전히 주급 23만파운드(4억6000만원)를 베팅하며 유혹하고 있지만 호날두의 마음은 이미 굳은 듯하다. 연봉으로 따지면 208억원(1040만 파운드)의 거액. 맨유는 이 돈을 어디서 버는 걸까? 또 선수들의 몸값은 어떻게 계산되는 것일까? 세계 최고의 몸값을 다투는 스타들은 누가 있을까? 2년간 호날두를 두고 벌인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의 영입 전쟁을 통해 선수들 몸값의 궁금증을 풀어 봤다.

빅리그 축구 스타들 거액 연봉의 비밀

맨유, 입장 수익만 2307억원
2007년 여름 한국을 찾은 데이비드 길 맨유 사장은 “선수들의 엄청난 연봉을 어떻게 충당하느냐”는 질문에 “줄 만해서 줬다”고 답했다. 맨유를 비롯한 유럽의 각 구단은 입장 수익 40%, TV 중계료 및 미디어 30%, 스폰서십 및 캐릭터 상품 판매 30% 등 다변화된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다. 맨유는 지난 시즌 입장권 판매 1억2820만 유로(약 2307억원), 중계권료 1억1570만 유로(2082억원), 광고 8090만 파운드(1456억원) 등 총 3억2480만 유로(584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2007년 총수입에 비해 21% 증가한 수치다. 맨유가 선수들의 봉급으로 쓴 돈은 9156만 파운드(1831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각종 보너스와 옵션 등을 챙겨 준다 해도 전체 수익의 40%가 넘지 않는다.

길 사장은 “호날두 한 명이 벌어들이는 수입의 50% 정도면 우리 구단 직원 550명의 연봉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이키·버드와이저·금호타이어를 비롯한 굵직굵직한 13개의 공식 스폰서는 매년 수십억원씩 맨유를 후원한다. 막대한 중계권료과 우승 배당금 등에다 홈 경기마다 가득 차는 관중 수익까지 보태다 보니 맨유는 지난 10년간 적자를 모르고 지냈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맨유가 올 시즌 사상 최초로 매출 3억 파운드(6000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유니폼 스폰서인 AIG가 계약 재연장을 포기했지만 인도의 미디어·보험·은행 재벌인 사하라를 비롯, 사우디텔레콤·말레이시아항공 등이 서로 맡겠다고 경쟁하고 있다.

호날두·메시·카카 등 ‘연봉 상승 3총사’
현재 세계 최고 연봉 선수는 두 명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으르렁거리는 카카(AC 밀란)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인테르 밀란)가 16만6000파운드(3억3200만원)의 주급으로 왕좌에 올라 있다. 호날두가 최고 연봉을 예고한 가운데 FC 바르셀로나(스페인)는 리오넬 메시와 장기 계약을 전제로 주급 18만 파운드를 약속했다. 호날두·메시, 그리고 카카는 매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다투는 라이벌이다. 현 유럽 축구 시장은 이들 3명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연봉 상승 곡선에 올라타 있다. 지난해 여름 맨체스터시티로 이적해 온 호비뉴가 16만 파운드(3억2000만원)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한때 유럽 선수 연봉 상승의 뇌관이었던 첼시의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더 이상의 베팅을 자제하고 있다. 잉글랜드 최고를 달리던 첼시의 프랭크 램퍼드와 존 테리는 점차 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추세다. 11만6663파운드(2억3332만원)를 받는 웨인 루니는 10위권 밖에 처져 있지만 맨유와의 재계약 때는 빅딜이 가능한 핵탄두다.

연봉 300만 파운드를 받고 있는 박지성의 주급은 약 5만8000파운드(1억1600만원)다. 조만간 구단과 연봉 인상, 계약기간 연장 등을 협상할 예정이다.

호날두 이적료, 6년 새 4배 올라
2003년 호날두가 맨유에 올 당시 이적료는 1224만 파운드(226억원). 레알 마드리드가 한때 호날두의 이적료로 최고 5000만 파운드(1000억원)를 제시했으니 그의 몸값은 6년간 네 배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축구에서 몸값이란 일반적으로 이적료를 말하지만, 연봉을 합쳐 부르기도 한다. 몸값은 재료(선수)의 상품 가치(경기력)와 브랜드 가치(인기)에다 매출액(성적), 순이익(수입) 등을 복합적으로 계산한 결과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시즌 42골을 뽑아낸 호날두의 역량과 베컴에 버금가는 스타성에다 젊다는 잠재 가치를 높이 평가했을 것이다. 여기에다 구단의 지불 능력을 감안해 이적료와 연봉을 산출해낸다. 하지만 스포츠경제학은 불확실성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부상이나 슬럼프 등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몸값을 정확하게 산출하는 공식은 없다. 사실 선수 영입은 성공보다 실패 사례가 많다. ‘불확실성에 대한 도박’의 위험성을 없애기 위해 각 구단은 전략적인 선수 육성과 스카우트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박지성은 매달 30일 월급으로
단지 구단 자산이 많다고 해서 선수들을 마음대로 영입하는 것은 아니다. 호날두 영입 전쟁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레알 마드리드의 거액 베팅에 호날두가 심하게 흔들리던 지난해 7월 길 사장은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주급을 인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인터뷰를 했다. 지난해 포브스가 책정한 맨유의 가치는 18억 달러(1조8000억원). 전 세계 구단 중 1위인 맨유는 왜 거액을 베팅하지 않고 수세적이었을까? 이유는 선수 연봉과 축구단 직원의 인건비는 전체 수입의 50%를 넘지 않는다는 확고한 원칙 때문이었다. 맨유는 몇 년 후의 예산을 짜 놓은 뒤 선수들의 인건비를 맞춘다.

길 사장이 “우리는 절대 선수들이 달라는 대로 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다. 맨유는 호날두를 뺏기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겠지만 설령 뺏긴다 해도 원칙을 깨는 일은 쉽게 범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65%가 넘는 돈을 선수단에 쓰고 있다. 게다가 중계권료를 20개 구단이 차별 배분하는 프리미어리그와 달리 프리메라리가는 한 구단이 방송국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중계권료를 독식할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막대한 중계권료에다 마드리드 정부가 협조하는 부동산 개발 덕분에 막대한 자금을 선수 영입에 쏟아부을 수 있다.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PPP(선수 구매력·Player Purchasing Power)다.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는 자산 규모는 비슷하지만 실질적으로 선수를 영입하는 PPP는 레알 마드리드가 월등하게 앞선다. 루이스 피구(2000년·3870만 파운드), 지네딘 지단(2001년·4400만 파운드), 호나우두(2002년·2600만 파운드), 데이비드 베컴(2003년·2500만 파운드) 등 그동안 레알 마드리드가 최고의 선수 구매력으로 스타들을 끌어모았다.

모나코서 활약 박주영은 세금 안 내
웨인 루니,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등 영국 출신 선수들은 매주 주말 계좌에 주급이 입금된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주급으로 받는 것은 아니다. 박지성과 몇몇 외국 선수는 익숙한 월급으로 받고 있다. 박지성의 계좌에는 매달 40%의 세금을 뗀 나머지 월급이 들어온다. 프랑스 AS 모나코에서 뛰는 박주영도 월급으로 받는다. 박지성과의 차이라면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금이 없는 모나코 공국에 계좌를 열었기 때문이다. 연봉 40만 유로(약 6억5000만원)를 받는 그는 매달 30일 월급 3만3300유로(약 5400만원)와 한 달치 방세 6000유로(약 980만원)를 입금받아 생활한다.

포르투갈령 아프리카 서북해상의 작은 섬 마데이라에 사는 농사꾼의 아들이었던 호날두가 1997년 스포르팅 리스본 아카데미에 들어갔을 때 받은 첫 주급은 불과 250파운드(당시 45만원). 골목 어귀에서 맨발로 볼을 차던 소년은 12년 만에 매주 4억원을 받는 초특급 스타로 성장했다. 박지성은 교토 퍼플상가 시절의 연봉 4000만 엔(4억원)을 단 2주 만에 버는 고액 연봉 선수로 컸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는 멈출 수 없는 가속도가 붙는 ‘몸값 경제학’. 이 때문에 축구 선수들은 뛰고, 꿈을 꾸는지 모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