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나는 뻐꾸기다』로 황금도깨비상 받은 김혜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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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용기있는 아이를 그리고 싶었어요. 누구나 살아가면서 갖가지 장애에 부딪힐 텐데, 힘든 순간에도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첫 장편동화 『나는 뻐꾸기다』(비룡소)로 올해 황금도깨비상을 받은 김혜연(46·사진) 작가는 ‘용기’에 방점을 찍었다. “문제 상황이라고 모든 아이들이 문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해석도 더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갖고 있는 건강함에 집중하는 작품”이 만들어졌다.

주인공은 외삼촌 집에 얹혀사는 동재다. 아빠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엄마는 5년 전 동재를 외삼촌 집에 맡겨두고 간 뒤 소식이 없다. 눈칫밥 먹는 생활이 고달프긴 하지만, 동재는 삐뚤어지지 않고 착실한 모범생으로 살아간다.

동재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소외와 고독이다. 외삼촌·외숙모·사촌형·사촌동생. 네 식구는 정말 비슷하게 생겼다. 동재는 자신이 들어갈 틈이 없다고 느낀다. 외숙모가 집이 좁다고 투덜댈 때마다 동재 머리는 자라처럼 움츠러든다. 또 가정환경조사서의 ‘보호자와의 관계’를 비워두는 외삼촌을 보면서, 그 빈칸이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얘를 왜 데리고 있어야 하는지”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재는 자신의 처지를 ‘불쌍하다’로 몰아가지 않았다. 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컴퓨터 게임도 안 하고, 집 안을 어지르지도 않고, 거짓말도 안 한다.

황금도깨비상 심사위원단(김화영·오정희·김경연·황선미)의 평에 따르면, 삶의 상처 앞에서 엄살 부리지 않고 합리적으로 현실을 인정하고 견디는 동재의 모습이 짠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김씨는 10년 넘게 출판편집자로 일하다 등단한 늦깎이 작가다. “고등학생인 아들이 언제나 내 글의 첫 독자로 조언을 해준다”는 그는 “혹자는 동화에 교훈이나 계몽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재미나 문학성이 떨어진다고 얘기하는데, 동화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동화관(觀)을 전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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