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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혜택 받기 힘든 노인 골다공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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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해 7월 시점으로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10.3%인 501만 명을 초과했다. 이 중 여성은 298만여 명으로 남성 203만여 명보다 많다. 그리고 노인 여성들은 여러 걱정거리 중 건강문제가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말하고 있으며, 가장 받고 싶은 복지 서비스로는 건강검진을 꼽았다.

노인의 의료비는 2006년 7조3931억원에서 이듬해 9조813억원으로 22.8% 증가해 전체 의료비 증가비율인 13%에 비해 급격히 늘고 있다. 하지만 노인 복지예산은 정부 예산의 1.2%에 불과하며, 복지부 예산의 13.3%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2002년부터 2007년까지 13개 주요 여성질환 건강보험 진료 이용량 분석을 확인해본 결과 노인여성들은 질염을 비롯한 13개 질환이 주 진료이용질환으로 확인됐다. 이 중 질염, 폐경기증후군에 이어 골다공증(47만여 명)이 셋째로 많은 질환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인여성 298만여 명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뿐만 아니라 질병관리본부의 퇴원환자 조사를 인용하면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대퇴부·척추·골반 골절)은 65세 이상의 여성에서 뇌혈관질환 다음으로 많았다. 이는 노인인구 가운데 특히 여성이 골다공증으로 진료도 많이 받고, 골절도 아주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렇게 폐경 후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골다공증과 그에 따른 골절에 치료와 재활을 위한 사회적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골다공증성 골절의 치료비용을 산출한 결과 손목·척추·골반의 골절을 모두 합할 경우 연간 약 1조500억원이 사용됐다는 통계도 있다. 여성에게 발생하는 골다공증은 폐경에 따른 여성호르몬의 부족으로 발생한다. 폐경이 시작되면서 골다공증에 대한 검사가 시행되고 그에 따라 치료가 필요한지 아니면 영양공급이 필요한지를 확인하고 대처할 수 있다면 골다공증에 따른 골절을 줄이고, 사회경제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의료체계에선 노인여성이 골다공증의 치료를 받기가 매우 어렵다.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진단기준과 한국에서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 치료 기준이 다르다. 한국에서의 치료 기준은 세계보건기구의 진단기준보다 훨씬 더 나쁜 상태여야만 보험급여를 인정받는다. 게다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이 1년 12개월 중 6개월까지로 한정되어 있다. 나머지 6개월은 본인 스스로 치료를 하라는 것이다.

국민의 절반이 여성이고 이미 여성의 고령화 인구는 10%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들의 누님, 어머님, 고모님, 이모님, 할머님들께서 인생의 황혼기에 골절로 인해 고통 받는 골다공증의 치료기준이 이렇게 엉터리인 데도 억지 경제논리에 막혀 아직도 시정되지 못하고 있다. 관계 당국의 시정을 촉구한다.

오한진 한국여성건강·골다공증재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