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매니저]고가매각 흥정나선 MCI 로버츠 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미국 2위의 장거리 전화업체 MCI의 버트 로버츠회장 (55) . 요즘 그는 본연의 업무인 통신사업보다, 좋은 조건에 회사를 팔아 넘기는 묘수를 찾는데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영국 브리티시 텔레콤 (BT) 과의 인수.합병 (M&A) 을 추진해온 MCI는 이달초 동업계 4위 월드컴사로부터 매수제의를 받은데 이어, 지난주엔 또 다른 통신업체 GTE가 합병을 제의해오는등 전세계 유수의 통신업체들의 매수표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인수경쟁은 기본적으로 조만간 닥쳐올 세계 통신대전을 앞둔 업계의 치열한 선두다툼에 따른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월가에서 실리주의 경영철학의 귀재로 통하는 로버츠회장의 미래관과 치밀한 득실계산이 깔려 있다.

그는 21세기 통신시장은 장거리.지역전화는 물론이고 인터넷등 디지털화가 가능한 모든 정보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5개 이내의 업체로 통합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AT&T등 초대형업체들과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지면 자본력에서나 기술.노하우에서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견해를 감추지 않았다.

때문에 그는 평소 중소 통신업체들의 경우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에 인수당하는 편이 회사와 종업원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이번에 MCI인수가 삼파전 양상으로 발전하게 된 것도 이같은 생각을 염두에 둔 로버츠회장이 교묘하게 두회사를 흥정에 끌어들였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합병을 제의한 BT측의 의지가 약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그는 솔선해서 경쟁업체인 월드컴과 GTE에 손을 뻗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로버츠회장은 MCI에 입사, 주로 영업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세일즈맨 스타일의 경영자로 92년 창업주인 빌 맥고완 회장의 돌연한 사망으로 회장직을 이어받았다.

임봉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