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일본 '사쯔마 도자기' 축제때 전북 남원의 불 (火) 사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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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900년 파리국제 박람회에서 금상을 받는등 뛰어난 예술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일본 가고시마현 히가시이치키쵸 미야마정 (町.한국의 읍) 의 도자기 생산 4백주년을 맞아 오는 98년 '사쯔마 도자기' 축제에서 전북남원의 불 (火) 이 사용된다.

미야마정 사카모토 아키히로 기획실장은 지난 17일 "내년 10월 '시공을 초월하여 세계로 비상하는 사쯔마 도자기' 라는 주제로 열리는 축제의 주인공인 도공 (陶工) 들은 1597년 정유재란때 일본인들에 끌려온 남원인들로 당시 이들은 흙과 유약만 가져왔을뿐 불이 빠져 혼이 담긴 예술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남원에서 불을 채송해 오기로 했다" 고 밝혔다.

'히가시이치키쵸' 군은 이에따라 98년 10월초께 남원에서 불을 채화, 부산을 경유해 일본 '쿠시키노' 항까지 배로 운송해 하루밤을 보낸뒤 '에구치하마' 를 거쳐 '미야마' 에 도착한뒤 도자기마을이 있는 '사쯔마 옥산궁' 에 점화시킬 계획이다.

이같은 행사를 추진하기로 한 것은 '미야마' 도예촌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도유관 관장 심수관 (沈壽官.70) 선생등 한국계 (10세대이상) 후손 도예인 2백여명으로 구성된 지역진흥회가 의견을 제시, 합의를 거쳐 이루어진 것. 이들은 정유재란 당시 남원.진안.임실 일대에서 도자기를 제조하다 왜군들에게 끌려온 도공 30여명의 후손들이다.

당시 '미야마' 지역에 끌려온 도공들은 비색 (翡色) 고려청자등 한국 도자기의 제조비법을 계승해 내려오다 2백여년전부터 서서히 변모하기 시작, 지금은 무늬는 일본 도자기와 같지만 제조기법과 모양은 그대로 전승돼 오고 있다.

현재 미야마에서 생산되는 도자기는 둥긋한 구슬표면을 감돌게 하는 '백자 (白瓷)' 와 소박한 감촉에 강함을 주는 '검은 도자기 (天目)' 등으로 그 자태가 한국 고려청자의 혼을 풍기고 있어 프랑스.영국 등 유럽지역에서 예술성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사카모토 실장은 " '미야마' 도자기는 겉으로 나타나는 무늬등만 일본풍이지 제조기법등 모든 것이 한국의 전통도자기를 닮아 젊은 도공들에게 한국 조상들의 기술을 계승하는데 자긍심을 심어주고 한.일간 우호관계를 다지기 위한 일환으로 이같은 계획을 세웠다" 고 말했다.

전주 =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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