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납치 김용복씨 가족,母子 조기귀환 빌며 밤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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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17일 낮 경기도파주시 대성동마을에서 노모 (老母) 와 함께 북한군에 납치된 김용복 (41) 씨의 집이 있는 부천시상1동 한아름아파트에는 19일에도 김씨 가족의 안부와 납북된 모자 (母子) 의 조속한 송환을 바라는 친지와 이웃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평소 김씨와 친하게 지내던 개인택시 운전기사들의 위로전화도 줄을 이엇다.

이날 오후 김씨의 집에는 부인 신연숙 (37) 씨와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유치원에 다니는 딸 (7) 등 가족과 사고소식을 듣고 충남대천에서 급히 올라온 신씨의 친정식구들이 집안을 지키고 있었다.

사건 당일을 파주에 있는 시댁에서 꼬박새운 후 18일 오후에야 집으로 돌아온 부인 신씨는 이날도 집안식구들과 이웃의 위로를 받는 가운데 "남편과 시어머니가 하루 속히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기를 바랄뿐" 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한편 사건당일의 상황과 관련해 부인 신씨는 "오전11시쯤 남편과 시어머니가 인부 한사람과 먼저 논으로 벼베기를 떠난 후 형님 내외와 내가 점심식사를 준비, 30분쯤후 현장에 도착해보니 이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고 말했다.

신씨는 "논으로 출발하면서 시어머니가 '논에 나가면 어제 산에 두고온 도토리자루를 먼저 챙기자' 고 말씀하신 것으로 미뤄 두사람이 도토리자루를 찾으러 논옆 산속으로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같다" 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때 대성동을 떠나 서울로 올라온 김씨는 친척집등에서 기거하며 대학을 졸업한 후 10년 남짓 샐러리맨 생활과 용달차운수업을 한 끝에 91년 4월 개인택시면허를 취득, 8년째 부천에서 개인택시 기사로 일해왔다.

부인 신씨는 "남편은 농번기때 택시운행을 쉬는 날이면 빠뜨리지 않고 파주 본가로 가 농사일을 거들었다" 면서 "남편이야 몸이라도 건강하지만 연로하신 시머니는 농사일을 많이 해 다리도 불편하신데…" 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부천 = 박종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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