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가족' 법정구속…시민단체 '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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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장애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패륜 일가족' 4명 가운데 3명에게 19일 법정구속결정이 내려지자 장애인 단체 회원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장애인단체에 소속된 회원들은 재판이 끝나자마자 대전고법 청주재판부에 "훌륭하십니다"라고 말했고 일부 회원들은 이에 동조해 박수를 쳤다. 재판부는 "법정을 소란스럽게 만들지 말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일가족 4명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집행유예 선고를 했던 1심 재판부와 달리 건강이 좋지 않은 조부를 제외한 백부ㆍ숙부 3명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것은 '가족 관계' 지속 여부에 대한 생각이 1심 재판부와 달랐기 때문이다.

1심을 맡았던 청주지법 형사11부(당시 재판장 오준근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어려운 경제적 형편에도 부모를 대신해 피해자를 키워왔고 피해자의 정신장애 정도에 비춰 앞으로도 가족인 피고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해 소녀와 이들의 관계가 아직 '가족'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반해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폭행, 성추행에 장기 노출되면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가족에 대한 소속감을 갖기보다는 이들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며 가족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한편 가해 가족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하지 않는 한 재판결과는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이 끝나자 법정 곳곳에서는 손수건으로 기쁨의 눈물을 훔치는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적지 않았다.

충북여성장애인연대의 권은숙 소장은 "만일 집행유예 선고가 난 원심 판결이 유지된다면 법원 앞에서 저희 입장을 밝히려고 했지만 준비한 것을 진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 4명으로부터 성폭행, 성추행을 당해 온 10대 피해소녀는 현재 장애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들이 지원하는 폭력피해아동지원 공동생활가정 '그룹홈'에서 생활하고 있다.

피해소녀의 사연이 알려진 것은 지난해 5월이다.

당시 가정으로부터 방치되고 있던 이 소녀의 남동생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누나의 피해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피해소녀를 '그룹홈'에서 거주하게 하면서 피해사실을 파악한 뒤 성폭행 가해자들을 경찰에 고발했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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