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으로 '추억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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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양평 5일장의 ‘산나물 할머니’김옥달씨(94)가 싱싱한 용문산 나물을 팔고 있다.

"있어야 할 건 다 있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무엇까지 있습니다." 수도권에는 시골의 정취와 인정이 넘치는 5일장이 여러 군데 남아 있다. 추억의 시골장 장보기에 나서보자. 가족 나들이를 겸해 가볼 만한 특색있는 장들을 소개한다.

◇강화장=끝자리 2, 7일 서는 강화장은 훈훈한 시골인심이 넘쳐난다. "싸게 줄 테니 구경하고 가요." "하나 사면 하나를 덤으로 줘요."

터줏대감인 뻥튀기 할아버지는 "40년 전 뻥튀기를 시작한 원조"라며 강냉이를 한 움큼 쥐여주기도 한다.

강화장과 인근 풍물시장의 특산품은 순무와 화문석이다. 이 밖에 약쑥.시래기.생선.젓갈 등이 주요 상품이다.

*** 화문석 오전 8시 동나

순무는 품종에 따라 겨자맛과 인삼향, 고구마 맛, 일반 무 맛, 강한 매운 맛, 짭짤한 맛 등이 다양하게 난다. 인삼향과 겨자맛이 나는 것을 최고로 친다. 가격은 한 단에 5000원이며 순무 김치는 한 봉지(2㎏)에 5000~6000원 선이다.

화문석은 장이 한번 설 때 30~50여장밖에 나오지 않는다. 두명이 15일간 꼬박 일해야 한장이 완성되는 공예품이기 때문이다. 사려면 이른 아침에 나와야 한다. 오전 8시가 넘으면 도매상들이 싹쓸이해 간다.

장터 구경을 하고 짬이 나면 마니산.전등사.초지진 등 강화팔경을 둘러보자. 해질녘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면 바다와 갯벌이 어우러진 황홀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032-930-3352.

◇안성장=끝자리 2, 7일에 열린다. 장터는 안성 시외버스 터미널을 중심으로 연지로터리에서 도기동 다리까지 Y자 형태의 도로변 1.5㎞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산에서 직접 캐온 약초보따리, 고무줄을 치렁치렁 매달고 파는 할아버지, 이태리 타월 아줌마, 리어카 카페 등이 정겨운 시골 맛을 느끼게 한다. 흥정 소리도 옛 분위기다.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있소, 좀 깎아주세요." "에유 이 손님, 못 당하겠네, 옜소, 덤이오."

안성장은 한때 '서울보다 두세가지가 더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상품의 종류가 많고 값도 싸기로 유명했다. 요즘도 장날 찾아오는 이가 3000~4000여명에 이른다.

안성맞춤이란 말을 만든 유기(鍮器.놋쇠 제품)는 이제 많지 않다. 장터에서 500여m 떨어진 곳의 '안성맞춤 유기공방'을 찾으면 무형문화재 김근수옹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식기류와 반상기.제기 등으로 유명한 안성유기는 모양이 아름답고 정교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7첩 반상기 한 세트에 88만원, 식기한벌 5만5000~6만원 선. 백화점이나 유기상점에 비해 20~30% 정도 싸다. 전화 주문과 택배도 가능하다.

주변 볼거리로는 칠현산 기슭의 칠장사.청룡사.덕봉서원.안성향교를 비롯해 김대건 신부의 묘소가 있는 '미리내성지'가 있다. 유기공방 031-675-2590.

◇양평장=중앙선 양평역에서 5분 거리에 있어 기차여행 코스로도 제격이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열차를 타고 팔당호와 남한강의 절경을 지나 50분이면 닿는다. 끝자리 3, 8일에 장이 선다.

*** 아욱 한소쿠리 1000원

용문산과 팔당호를 끼고 있는 양평장은 신선한 제철 산나물이 특징이다. 곳곳에 푸성귀를 수북이 쌓아 놓은 좌판이 놓여있다. 대부분 인근 산에서 뜯어온 것이다.

산나물 좌판은 '맥반석 맛김'코너 옆에 자리잡은 김옥달(94)할머니가 터줏대감이다. 20여년째 산나물을 팔고 있어서 '산나물 할머니'로 통한다. 산나물 제철이 조금 지난 요즘도 고비.참나물.들깨순.곰취.취나물.아욱.고사리 등을 쌓아놓고 있다. 말린 영지버섯도 있다.

장이 설 때마다 할머니에게서 무공해 산나물을 사간다는 박양숙(56.여)씨는 "한 소쿠리 가득한 아욱과 참나물이 1000~2000원"이라며 "'조금만 달라'고 해도 언제나 넉넉한 미소로 더 얹어줘 또 찾게 된다"고 말했다.

양평장에는 요즘 6쪽 양평마늘이 제철이며 상추.고추 등 야채도 다양하게 나와있다. 닭을 비롯해 토끼.고양이.오리 등을 파는 작은 가축시장도 있다.

이성호(62) 양평시장 번영회장은 "엿장수의 재담과 농악 등 풍물놀이가 살아있는 시골 5일장터의 면모를 갖추도록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인근에 용문산.사나사 계곡.남한강 수상레저장 등의 자연관광지가 즐비하다. 031-771-2080.

전익진.정영진.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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