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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AIG 거액 보너스, 세금으로 회수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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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으로 파산을 면한 보험회사 AIG가 임직원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한 데 대해 미 행정부와 의회가 대단히 화가 났다. 곧바로 세금 부과 등으로 보너스를 회수하고 제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보너스 지급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부분도 있어 뉴욕 검찰은 AIG 회장 등을 소환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정부가 AIG에 추가로 지원할 300억 달러에서 AIG가 최근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 1억6500만 달러를 뺄 것”이라고 밝혔다. 또 “AIG가 보너스 금액만큼 재무부에 되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문서를 받아내겠다”며 “납세자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금융시장에 대한 구조적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AIG의 지위를 바꾸겠다”고 했다.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은 “보너스를 받은 직원에 대해 세금 부과 등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다른 회사의 경영진도 보너스를 자진해 보류시켰다. AIG도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보너스를 받은 (AIG) 사람들은 그 돈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며 “보너스를 되찾기 위한 방안이 상원에서 조만간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척 슈머 상원의원은 “스스로 보너스를 반납하지 않을 경우 의회가 나서 보너스를 회수할 것”이라고 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납세자의 지원을 받은 회사가 공적자금을 잘못 사용할 경우 그걸 회수하는 내용의 법안을 하원 재무위·법사위·세출위가 이번 주 중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에선 구제금융을 받은 회사가 임직원에게 10만 달러 이상의 보너스를 지급할 경우 보너스의 100%까지 과세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스티브 이스라엘 의원과 팀 라이언 의원이 낸 법안은 이미 지급된 보너스에 대해서도 이 규정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세법은 100만 달러 미만의 보너스에 대해선 25%, 100만 달러를 초과하는 보너스에 대해서는 35%의 세율을 매기고 있다. 상원 금융위에선 보너스의 70%를 과세하는 법안이 성안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앤드루 쿠오모 뉴욕 검찰총장은 이날 AIG 직원 중 73명이 각각 100만 달러가 넘는 보너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중 11명에 대해선 이미 회사를 떠났는데도 고액의 보너스가 최근 지급됐다. 최고액 보너스는 640만 달러였다. 7명에겐 400만 달러 이상, 22명에겐 200만 달러 이상의 보너스가 주어졌다. 쿠오모 총장은 “AIG가 보너스 수령자 명단과 지급 근거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만큼 에드워드 리디 AIG 회장 등을 소환하겠다”고 말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래리 서머스 위원장은 15일 ABC방송에 출연해 “미국이 법치국가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보너스 지급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날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AIG의 보너스 지급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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