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일터] 세계로 간다, 저 아이들의 꿈과 웃음을 위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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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전국대학생자원봉사협의회 이상일 사무국장(왼쪽에서 셋째)과 협회 직원, 대학생 봉사자들이 세계지도 위에 누워 해외로 뻗어나갈 협회가 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전국대학생자원봉사협의회(www.nucv.org) 이상일(30·경기 안산시 원곡동) 사무국장은 개발도상국 소외계층들에 도움을 주면서 일하는 보람도 맛보고 있다.

“대다수의 젊은이가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처럼 봉급이 많고 안정된 일자리만 찾으려 해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씨의 지적이다.

협의회 사무실 직원 중 막내인 차란(21·여)씨는 올 2월 삼육보건대를 졸업한 뒤 첫 직장으로 이곳을 택했다. 대학생이던 지난해 12월 협의회에서 주관하는 10일 일정의 캄보디아 봉사활동에 참가한 게 그의 앞날을 결정지은 계기가 됐다.

차씨는 “헐벗고 굶주리는 어린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주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며 “봉급은 친구들보다 적지만 해외에 나갈 기회가 많은 데다 업무가 활동적이어서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캄보디아 시엠리아프 인근 재활원에서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는 대학생 자원봉사자.

이씨가 실질적 대표 역할을 하는 전국대학생자원봉사협의회는 지난해 4월 출범했다. 처음에는 사무실도 없어 경기도 시흥시자원봉사단체협의회 방 하나를 무료로 빌려 책걸상 3개로 시작했으나 11월에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66㎡(약 20평)짜리 아담한 사무실을 마련했다. 지금은 전국 100여 개 대학에 걸쳐 회원 수가 4300여 명이나 되는 제법 큰 조직으로 성장했다. 회원 가운데 100여 명은 영국·일본 등 해외에 유학 중인 학생들이다. 올해는 전체 회원 수를 1만 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지난해 인도·캄보디아·티베트·라오스·필리핀 등 5개국에 파견한 대학생봉사자도 527명에 달한다. 상근 직원은 자신을 포함해 4명이다. 아직 많지는 않지만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씨는 어려서부터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대학(장안대) 전공도 사회복지학을 선택했다. “대학 1학년 때이던 2005년 4월 강원도 양양에 큰 산불이 났어요. 그때 인근 지역 대학생들과 함께 산불 끄기 봉사를 하러 갔다가 참혹한 현장을 본 뒤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그가 ‘봉사’를 직업으로 선택하게 된 데는 27개월 동안 경기도 의왕시자원봉사센터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한 경험도 촉매제가 됐다. 이어 2006년 4월에는 전국대학생자원봉사동아리연합회를 설립해 대표를 맡았다. 이후 국내외에서 여러 봉사활동을 주도하며 경험을 쌓았다. 현재 협의회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재정 문제다. 신생 단체이기 때문에 정부 지원금이나 기업 후원금을 아직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회원 회비도 받지 않는다. 캠프 참가비, 해외에서의 물품 판매 수익 등에 대부분의 재정을 의존하고 있다. 또 짧은 기간에 급성장한 탓에 주위로부터 우려의 시선을 받는 것도 부담스럽다.

“저희들의 월급은 일반 직장인보다는 적지만 만족감은 큽니다. 나눔을 실천하면서 직장인과는 다른 기쁨과 보람을 얻기 때문이죠.” 국내외 현장에서도 묵묵히 봉사하는 후배 대학생들을 보면 결코 이 일을 포기할 수 없다고 이씨는 강조했다.

최준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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