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구지역 콜라 가격파동…코카콜라 내부갈등에서 비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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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콜라값이 대혼란에 빠졌다.

4백원하던 코카콜라 캔 (2백50㎖들이) 소매가는 부산.대구에서 2백50원까지로 떨어졌고, 1.5ℓ들이 플라스틱병은 1천~1천2백원에서 8백50~9백50원등으로 크게 떨어진 가운데 소매가도 들쭉날쭉이다.

경쟁상품인 펩시와 콤비콜라도 1.5ℓ들이 플라스틱병을 9백~1천1백원에서 최근 7백50~9백원으로 내리는등 파동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대구 D백화점 관계자는 "최근들어 콜라가격은 하루.이틀 뒤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 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혼란은 코카콜라의 내부싸움에서 비롯된 것" 이라며 "대구지역의 코카콜라 생산.공급권을 갖고 있는 ㈜범양식품이 '생산.공급권을 넘겨줄 것' 을 요구하는 미국 코카콜라사와의 법정다툼에서 연말까지 콜라원액을 공급받게 되면서 코카콜라사와 자존심 싸움이 시작된 것" 이라고 분석했다.

"부산과 호남지역에서 코카콜라를 생산.판매하던 우성식품㈜과 호남식품의 생산.공급권이 美코카콜라사 직영의 한국코카콜라로 넘어간 이후 지역분할 공급제가 무너지면서 범양의 공급지역인 대구.경북과 대전.충청지역에도 한국코카콜라가 콜라를 대량공급하면서 값내리기 경쟁이 벌어졌다" 는 것이다.

또 "12월말까지 원액을 공급받게 된 범양으로서도 생산물량을 모두 팔아야 하는 절박함 때문에 값내리기에 뛰어들어 대구지역은 물론 다른 지역까지 콜라값 하락파장이 미치고 있다" 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범양식품 관계자는 "값내리기 현상은 메이저인 코카콜라사의 횡포" 라며 "여기에다 코카콜라측이 앞으로는 캔 주력상품을 2백50㎖에서 3백30㎖로 바꾸는 전략을 세우고 2백50㎖캔 값 인하에 들어갔다" 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또 "경쟁업체인 해태의 경영 어려움도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 며 "앞으로도 한동안 값내리기 싸움은 불가피하고 한번 혼란에 빠져든 콜라값이 다시 안정을 찾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코카콜라 관계자는 "범양식품이 9월부터 부산과 경남지역에 캔제품을 헐값으로 무더기 공급하고 있어 이에 대응키위해 일시적으로 출고가격을 내린 것" 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저가공세는 범양측이 회사 청산을 앞두고 겪는 자금난을 타개하고 코카콜라측과의 보상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기위한 전략의 하나로 보인다" 고 말하고 있다.

부산.대구 = 강진권.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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