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라이프 로니 한국대표, 원칙을 지키는 고집이 기회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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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 뉴욕라이프 건물 앞에는 늘 대형 리무진이 서 있다. 택시 기사에게 ‘리무진 있는 건물로 가자’고 얘기하고 찾아오는 사람도 많단다. 리무진은 고객을 최고로 모시겠다는 상징이다. 하지만 아무리 고객을 잘 모셔도 요즘 어렵지 않은 회사는 없다. 그런데도 뉴욕라이프의 앨런 로니(사진) 한국대표는 “기회가 왔다”고 자신한다. 이 회사는 19일 300억원을 유상증자할 계획이다. 미국 본사가 한국 법인에 돈을 더 투자하는 것이다. 남들은 다 웅크리는데 올 들어 벌써 두 번째 증자다.

경기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게 아닌가 싶어 경제 전망부터 물었다. 로니 사장은 “우리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받았다. 하지만 곧 자신감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미국의 다른 보험사보다 금융위기의 영향이 적다. 재정적으로 안정돼 올해도 적극적인 영업을 할 계획이다.”

자신감의 원천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뮤추얼 컴퍼니(Mutual Company)”라는 답이 돌아왔다. 우리말로 하면 상호회사다. 주식회사와 달리 주주가 아닌 보험 가입자(고객)가 배당을 받는 회사의 주인이다. 상호 부조 성격의 조합이 발전한 걸로 보면 된다. 우리나라 보험사는 모두 주식회사다. 그는 “보험은 장기 상품이다. 그런데 주주는 단기적인 이익을 요구한다. 상충하는 면이 생긴다. 몇몇 회사가 단기 이익을 좇다가 최근 낭패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호회사는 여유를 갖고 보수적인 투자를 하기 때문에 위기에 강하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뉴욕라이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손실은 3억 달러다. 성장 가도를 달렸던 보험주식회사의 대표격인 AIG의 손실은 410억 달러였다. 미국 상호보험사들이 1990년대부터 앞다퉈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뉴욕라이프는 끝까지 고집을 부렸고 ‘시대에 뒤처진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원칙을 지키는 고집이 기회를 만들었다. 뉴욕라이프는 위기에 처한 AIG의 아시아 지역 본부를 살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아직 AIG 인수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계속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뉴욕라이프는 직원 70~80명을, 설계사 1000명을 더 늘릴 계획이다. 그는 “위기에는 누구나 안정된 회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인재를 뽑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영업은 프리미엄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지금까지 보험사에서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새로운 고객군이 있다”고 단언했다.

재무적으로 탄탄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뉴욕라이프가 얼마나 뻗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다른 보험사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기회를 낚아채는 데는 상호회사보다 주식회사 스타일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뉴욕라이프가 주식회사처럼 발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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