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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인플레 우려 … 다시 주목받는 원자재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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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원자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증권이 최근 펴낸 ‘해외시장 전망 및 펀드 투자전략’ 보고서의 결론이다. 소액을 투자하는 개인도 이런 투자전략을 따라갈 수 있다. 삼성투신은 지난달 서부텍사스유(WTI)에 투자하는 ‘삼성WTI원유파생상품펀드’를 출시했다. KTB자산운용은 2월 19일 사모 방식으로 모집한 300억원을 미국에 상장돼 있는 WTI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20여 일 만에 23%의 수익을 거뒀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도 원자재 펀드를 전략 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다.

◆원자재 폭락세 멈춰=원자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경기가 얼어붙자 수요가 고꾸라졌다. 이 바람에 원자재 가격도 추락했다. 지난해 7월 배럴당 147달러이던 WTI는 3월 16일 현재 4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곡물과 금속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급락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부터 WTI가 반등한 것을 비롯해 대부분 원자재 가격이 폭락 국면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고 있다. 이 중 원유는 공급 감축 전망이 나올 때마다 급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지난 1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추가 감산에 나설 것이란 소식은 WTI 가격을 11.1%나 끌어올렸다.

◆인플레 대응 기능=기관투자가들이 원자재를 전략상품으로 꼽는 이유는 원자재 투자를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각국 정부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돈을 많이 풀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펀드인 핌코는 지난 11일 “미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으로 재화와 서비스 비용이 증가해 향후 경기가 성장세로 돌아서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경기 침체기에 약으로 뿌린 돈이 회복기에는 독으로 바뀌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뜻이다. 워런 버핏과 짐 로저스도 “정부의 유동성 공급 확대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 외환위기와 상품 가격 급등을 일찌감치 전망했던 마크 파버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향후 200%에 육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돈과 채권 가격은 폭락하는 반면 원자재 가격은 급등하게 된다.

◆어떻게 투자하나=원자재 가격이 움직이는 원리는 주식보다 더 복잡하다. 원자재 가격에는 기후와 세계 경제 동향, 지정학적인 위험까지 반영된다. 가격 변동 폭도 주식보다 큰 편이다. 따라서 한꺼번에 목돈을 넣는 것은 위험하다.

또 현재 판매 중인 원자재 펀드는 대부분 해외에 투자하고 있으므로 환 헤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환 헤지를 하지 않은 채 환율 변화에 그대로 노출된 해외 펀드들의 수익률이 좋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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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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