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치료·식품개발까지…항산화제가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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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프로폴리스 계란'

강원대학 축산대 수의학과 이명상 (李明相) 교수가 최근 심혈을 기울이는 '작품' 이다.

농림부에서 1억3천만원의 연구지원을 받아 수행한 1차년도 연구결과는 특허출원을 할 정도로 만족스럽다.

닭의 질병을 막기 위해 투여하던 기존 항생제대신 프로폴리스를 사료로 먹인 결과 닭의 면역력 증강 뿐 아니라 프로폴리스를 함유한 계란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프로폴리스는 항산화작용을 하는 후라보노이드가 주성분인 천연물질. 李교수의 노력은 최근 항산화제에 대한 연구가 기초에서 예방과 치료, 식품개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항산화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해산소 (free radical) 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유해산소는 산소를 필요로 하는 인간에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산화물질. 체내에서 세포막의 이온전달물질이나 단백질·유전자등을 공격, 노화와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다행스런 것은 우리 몸에 이 유해산소를 차단하는 자연방어기능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나이가 들거나 운동·과음·흡연·스트레스가 심하면 이같은 차단장치가 무너져 노화와 동맥경화면역질환·암·간질환 등 각종 성인병에 걸린다는 것. 따라서 유해산소를 차단하는 항산화제를 복용하므로서 질병을 예방·치료하고 노화를 지연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연구의 초점이다.

하영칠 (河永七) 한국프리래디칼학회장 (서울대교수. 미생물학) 은 "94년 발족 이후 회원이 3백여명으로 늘어났고 유해산소의 기초연구에서 의약품개발까지 연 2백여편의 연구가 수행될 정도로 활발하다" 고 말했다.

한편 개원가에서도 유해산소 관련 전문클리닉이 등장하고 있다.

제일임상병리과의원 정현진원장은 최근 체내 유해산소를 측정, 성인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항산화제를 이용해 성인병을 치료하는 항산화클리닉을 개설했다.

항산화제의 치료효과는 다양하다.

가장 큰 효과는 혈관 내피세포를 강화시키고 저밀도 콜레스테롤 생성을 방지, 고혈압·심장병·뇌졸중등 순환기질환을 예방·치료한다는 것. 다음은 면역기능의 강화로 자연살해세포나 T임파구와 같은 면역세포를 증강시켜 병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는 것이다.

콜라젠과 같이 인대등을 구성하는 결체조직이 유해산소에 손상되는 것을 차단, 퇴행성관절염 등을 예방하는 기능도 있다.

鄭원장은 "항산화제의 이용에 대한 국내연구와 임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며 "유해산소차단 메커니즘이 완벽하게 밝혀질 것으로 예측되는 4~5년 뒤에는 노화와 성인병의 발병원인과 이를 예방·치료하는 임상기술이 크게 각광을 받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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