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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청론]경제 망치는 '惡性 負債型' 인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경제는 사람이다.

경제의 주체는 화폐도 물자도 아니다.

한 나라 경제의 핵심역량은 그 나라의 사람, 즉 국민역량에 달려있다.

경영.경제적인 입장에서 보면 사람은 조직과 사회에 자산적인 측면과 부채적인 측면이 동시에 도사리고 있다.

우리는 한 나라의 인적구성을 다음과 같이 3종류로 구분할 수 있겠다.

즉 가치창출에 기여한 플러스 (+) 적인 사람, 있으나 마나한 제로 (O) 적인 사람, 그리고 있어서 오히려 손해를 끼치는 마이너스 (-) 적인 사람이 그것이다.

플러스적인 사람은 조직과 사회의 자산이 된다.

제로적인 사람은 부채이다.

왜냐하면 봉급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니다.

마이너스적인 사람은 부채 중에서도 악성부채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 나라의 인적 구성을 '자산 - 부채 - 악성부채' 로 구분해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부채와 악성부채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영업관리상으로는 회수 불가능한 채권을 재무관리상으로는 단기성 고이율의 차입금을 악성부채로 규정짓기도 한다.

그러나 인적자원 관리상으로는 부채와 악성부채를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이를테면 "부채는 자기자신이 부채인 줄 아는 자이고, 악성부채는 부채이면서도 자신이 부채인줄 모르는 자이다" 라는 것이다.

우리는 "너 자신을 알라" 와 같은 소크라테스의 말을 빌릴 필요도 없이 그릇된 것은 옳다고 믿고 "내 소신대로 한다" 는 악성부채들의 행위가 그동안 우리사회에 얼마나 엄청난 손해를 끼쳤는가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악성부채들이 제일 많이 득실대고 있는 곳이 어디냐" 고 학생들에게 질문했더니 "정치계입니다" 라는 대답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나 자신도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보다 앞서고, 어마어마한 정치비용과 당선만 되고 보자는 속셈에 공약을 남발하는 우리의 정치현실을 볼 때 정치계에 대한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악성부채들이 비단 정계 뿐이겠는가.

경제계, 학계, 그리고 문화계등 도처에 도사리고 있지 않겠는가? 또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신세대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지 않겠는가?

오늘날 우리사회는 문제해결의 전문적 능력과 근면한 성취의욕도 없이 적당주의, 기회주의, 그리고 아부주의에 입각하여 자기의 권리와 권한은 하나도 빼놓지않고 챙기며, 의무와 책임은 회피하는 악성부채적인 존재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혈연.지연.학연, 그리고 금연 (金緣) 등을 매개로 조직과 사회에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한 우리의 성취사회 실현과 경쟁력 강화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아담 스미스는 '경제는 인간의 근면과 절약적인 도덕 행위에서 시작된다' 고 하였다.

사실 경제주체인 국민의 근면성.절약성, 그리고 성실성이 없이는 결코 경제성장과 발전은 이룩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한나라의 인구는 경제성장의 원동력도 되지만 오히려 장애물도 된다는 '싱거' 의 경제성장모델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또한 대단히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악성부채의 근본적 발생이 자본적 내지 물적 거래에서 아니라 인적거래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경제발전의 구심을 인적자원을 어떻게 자산화 시키느냐에 초점을 두고 손끝의 능력, 머리 속의 능력과 더불어 특히 마음속의 능력 향상에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하겠다.

최종태 <서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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