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김대중 비자금 자충수 폭로'에 침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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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한국당의 고민이 깊어만 간다.

'기업의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비자금' 까지 공개했던 폭로탄의 파편이 엉뚱한 곳으로 튀는 양상인 때문이다.

김대중총재 추락과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지지율제고라는 두마리토끼를 잡으려던 당초의 과녁 대신 이도 저도 아닌 '3위 고착' 의 패착 (敗着) 만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한편이라고만 여겼던 검찰은 "14일 이후 수사여부 결정" 이라며 빠지고 있고 김대중총재는 여전히 꿈쩍도 않은 채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공개적이지는 않지만 의원들, 심지어 李총재 특보단 인사들도 대부분 '폭로전' 주도에 불만과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수도권의 S의원은 "현실적인 선거전략상 두가지 판단의 실책이 있었다 "며 "어차피 김대중 표는 더욱 응집되게 마련이고 30여년 정치를 해온 金총재라서 일반유권자들도 허물이 하나 추가돼봐야 으레 그러려니 한다" 고 말했다.

지도부가 폭로탄의 위력을 과신 (過信) 했다는 얘기다.

폭로 자체보다 '폭로후 결과' 에 대한 위기감이 더 큰 것은 물론이다.

경기지역의 L의원은 "이렇게까지 하고 김대중총재가 오리발을 내미는데도 양비론적 시각이 지배적이고 우리 후보는 뜨지 않는 상황이 더 문제" 라며 "동료의원들도 걱정 반 답답함 반의 심경에 아예 입을 다물고 있다" 고 말했다.

11일 의원총회에서도 상당수가 우려의 지적을 하려 했으나 강삼재총장의 40분 발언으로 종료돼 모두 '용기' 를 내지 못했다고 그는 토로했다.

서울지역 P의원은 "여당이 네거티브 캠페인을 주도한 것은 '안정' 이라는 여당 최대의 강점을 스스로 갉아내 이인제 전경기지사만 유리하게 해주는 짓" 이라며 "지역구 여론도 좋지 않아 어떻게 선거를 치를지 모르겠다" 고 한숨을 내쉬었다.

총재특보단의 한 인사는 "어차피 막판 선거는 조직과 자금의 싸움" 이라며 "고비용선거 타파도 좋지만 적정선의 기업지원까지 기대무망 (期待無望) 이 된 상황에선 '저비용 저효율' 만 계속될 뿐" 이라고 토로했다.

거꾸로 가는 여론도 신한국당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YS대선자금은 왜 먼저 공개하지 않느냐는 도덕성의 약점이 잡힌 때문이다.

우울한 당의 분위기속에 이회창총재만 12일 부산.울산을 찾는 '나홀로 행보' 가 계속되는 형국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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