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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트콤 ‘태혜지’ 작가·배우 수다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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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때 ‘조폭과 아줌마의 공통점’이라는 우스개가 돌았다. 첫째 칼을 잘 다룬다, 둘째 떼 지어 몰려다닌다, 셋째 친해지면 무조건 ‘형님’ ‘아우’ 한다, 넷째 제 식구를 끔찍이 챙긴다, 다섯째 문신을 한다. 그래, 비웃어라. 그래도 아줌마는 달린다-. MBC 일일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극본 김현희, 연출 전진수·이지선, 이하 ‘태혜지’)는 이렇게 부르짖는 듯하다. 아줌마에 의한, 아줌마를 위한 이 시트콤은 2일 13%의 시청률로 출발, 8회까지 평균 12%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AGB닐슨미디어리서치).


‘파란만장 동네방네 코믹 활극’을 표방하는 ‘태혜지’는 신도시 30대 주부를 주축으로 실직·교육·취업·연애 등 일상 이야기를 엮어간다. 배우 실명이 곧 극중 캐릭터 이름으로, 맏언니 박미선(42)을 비롯, 김희정(39)·정선경(38)·최은경(36)·홍지민(35)이 오지랖 넓은 아줌마로 분했다. 김현희(38) 작가와 박미선·정선경·최은경이 일산 MBC 드림센터 스튜디오에서 ‘이 시대에 아줌마로 산다는 것’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아줌마에 의한, 아줌마를 위한 시트콤

“아줌마라고 우습게 보지 말란 말이야~” ‘태혜지’ 사총사. 왼쪽부터 최은경·정선경·박미선씨와 김현희 작가. [조문규 기자]


박미선(이하 박):요즘은 예능이건 드라마건 트렌드가 아줌마야. 젊은층은 다운로드나 IPTV 봐서인지 아줌마 소재가 시청률도 좋아.

최은경(이하 최):캐릭터가 살아 있으니까 공감하는 거지. 극중에서 영어 단어마다 혀 굴리는 것도 유학 생활한 여자가 ‘패밀리 마트’ 발음할 때도 혓바닥 굴리는 걸 보고 착안한 거야. 단무지도 유기농 따지는 아줌마까지 봤다니깐.

김현희(이하 김):결국 생활 얘기지. 떡볶이 만드는 것만 해도 집집마다 방법이 다르잖아. 그런 걸로도 갈등과 웃음이 가능하단 걸 보여주고 싶어.

정:애들이 보기엔 “맞아, 우리 엄마도 저래” 하는 재미가 있는 모양이야. ‘강남 엄마 따라잡기’ 때도 초등학생들이 댓글 많이 달더라고.

박:생활 시트콤이지만 그 속에 진짜 드라마가 있는 법이지. 결혼 생활 10년 넘으면, 불륜이 아니라도 사랑을 꿈꾸게 돼. 드라마 같다고 하지만 실제 삶이 더 드라마틱할 때가 많아.

# 소비문화 쥐락펴락 아줌마의 힘

김:1967~73년생 인구가 많아서 그 타깃만 잘 따라가면 걱정 없다는 얘기가 있어. 지금 30·40대를 따라 웨딩·교육 산업이 컸잖아. 이들이 공감할 만한 걸 작품 속에 많이 넣어. 영화 ‘라붐’ 주제곡에 다들 옛날 생각 난대.

정:일본에서도 한류 스타의 CD·DVD 사고 열광하는 아줌마들이 옛날 ‘논노’ 잡지 세대잖아. 이제 돈 쓸 나이니까 가장 막강한 소비주체지.

박:극중에서도 김희정만 전업주부고 다 일을 하잖아. 남자들도 여자가 돈 벌기를 은근히 바래. 처가에 선산이 있으면 사는 데 여유가 있다는 말을 척척 해.

김:다 사교육 때문이지. 우리 시트콤에도 영어 과외 우월반 놓고 신경전 벌이는 얘기 나왔지만, 그게 엄마들의 자존심이니까. 유치원 선생님한테 샤넬백 선물하는 건 예사더라.

정:배우 일만 하다보니 세상을 너무 몰랐던 것 같아. 작품 통해서 배운다니깐.

# 30·40 ‘줌마테이너’ 지켜봐주세요

박:재작년부터 TV에 아줌마 열풍이야. ‘명랑히어로’나 ‘세바퀴’ 하면서 평소 생각을 말했는데 반응이 좋더라고. 아줌마가 되면 상황에 대한 경계가 희미해지고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

김:찜질방에서도 애 낳은 얘기만 하면 아무나 친해지잖아. 어렸을 땐 엄마가 모르는 사람들과 얘기하는 게 창피하더니, 요즘 나도 그래.

최:여자 MC란 게 팔팔한 미혼이나 각광받지 점점 설 자리가 줄어들어. ‘내가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흐물흐물해지고 덕분에 연기도 하게 됐지. 요샌 일이 있다는 게 고맙기만 해.

박:최은경은 ‘엄마가 뿔났다’의 장미희 같은 역할을 해줘야지. ‘위기의 주부들’ ‘섹스앤더시티’의 세련된 미시 옷차림 같은 거. 아줌마가 화제가 되고 힘을 발휘하면 방송도 그 쪽으로 계속 굴러가게 돼 있어. 아니면 애들 취향으로 가겠지.

최:시청률 높아야 협찬 잘 받으니까,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호호.

강혜란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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