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영업부장·인사부장 이맘때면 실랑이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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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 금융업체 영업담당 이모(49) 상무는 요즘 신입사원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입사해 연수 1개월과 현장실습 2개월을 마친 뒤 현 부서에 온 지 꽤 됐지만 아직도 업무를 주지 못하고 있다. 이 상무는 “얼마 전 보고서를 작성시켰더니 일기 쓰듯이 개인 생각만 썼더라”며 “대학은 뭘 가르쳤고 인사부장은 왜 저런 사람을 뽑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댔다.

#2. 철강업체 인사담당 박모(47) 부장은 일년 중 요즘이 가장 불안하다. 각 부서 팀장의 불평 전화가 수시로 걸려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뽑은 신입사원을 올 초 각 부서에 배치했다. 그런데 부서장들은 현장에서 즉각 쓸 수 없다며 인사부장 탓하기가 일쑤다. 그는 “대학이 직업교육을 하는 곳은 아니지만 경영학이나 공학을 전공했으면 실무능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미국 등과 달리 국내 대학 교수는 기업 실무 등을 잘 모르니 가르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들은 ‘실무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대학 교육에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10~13일 삼성·현대차·LG·SK 등 30대 그룹 인사담당자(부장급 이상)를 설문한 결과 절반인 50% 정도가 대학에서 실무교육을 하루빨리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창의성 교육(37%), 인성 교육(7%)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인사담당자들은 신입사원의 영어성적(토익)은 보통 700점대가 넘고 학점도 3.5점(4.5점 만점)으로 높은 반면 실무능력은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로 30대 그룹의 57%는 대졸 신입사원 초임이 능력에 비해 매우 높거나 약간 높다고 응답했다. 적당하다고 응답한 곳은 43%다. 이렇다 보니 세 곳 중 한 곳(30%)은 신입사원 재교육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현재 30대 그룹은 한 곳도 빠짐없이 신입사원 재교육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중 대부분(83%)은 신입사원 교육 전담부서가 있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재교육비(합숙교육 등 순비용)는 1인당 평균 926만원이다.

대기업은 1882만원, 중소기업은 517만원이다. 이를 2007년 100인 이상 사업장에 근무한 전체 대졸 신입사원으로 환산하면 3506억원에 달한다는 게 경총의 주장이다.

대학이 기업 수요에 맞는 인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정일 수석연구원은 “선진국 대학은 교육과정 중 기업 사례 연구가 많아 채용되면 즉시 경력사원처럼 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며 “대학의 연구개발(R&D) 인력과 기업의 R&D 인력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과거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일본은 대학이 먼저 기업에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제안해 해법을 찾았다. 게이오대학의 경우 기업과 연계된 공동프로젝트가 지난해 기준 1000건이나 된다. 기업 수요에 맞춘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다. 반면 국내는 대표적인 이공계 대학인 KAIST와 포스텍이 각각 250건, 204건(2007년 기준)에 불과하다.

반론도 만만찮다. 서울대 이상묵(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지 단순한 직업교육소가 아니다”며 “언제 닥칠지 모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학술적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규·이종찬 기자

◆재교육 기간=신입사원이 입사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업무를 처리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평균 19.5개월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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