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 'O-157균' 양상 판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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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O - 157균 파동으로 심한 몸살을 앓은 점에서 공통되지만 환자발생.원인식품.대처법등은 완전히 달라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학자들은 한국인은 고추장.김치등 항균 (抗菌) 작용이 있는 식품을 즐겨먹어 O - 157균에 강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오사카 (大阪) 총영사관에 따르면 일본 오사카부 사카이 (堺) 시 (인구 70만명) 의 경우 96년6월부터 9천5백23명이 O - 157균 식중독에 걸렸으나 재일교포등 한국인 (6천7백명) 가운데 이 식중독균에 감염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또 한국에서는 쇠고기가 O - 157균 오염식품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일본에서는 학교급식.무 순 (야채).생선등이 혐의를 받았다.

이에 따라 한국에선 주로 쇠고기업체들이 타격을 받고 생선가게들이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본에선 도시락을 직접 준비하는 가정이 늘었고 무 순등 야채 생산농가들이 시장을 잃었으며, 고급생선의 경매값이 폭락했다.

또 일본에서 O - 157균 식중독환자 발생이 계속되자 소독제.특수가공 도마.칼등이 인기상품으로 떠올랐으나 우리 국민은 대부분 도마.칼등이 O - 157균 전파의 주역임을 알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복지부등 관련부서의 대민 (對民) 교육.홍보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정부는 O - 157균 예방법등을 소개한 관보를 4천만부나 전국에 배포했으나 우리 정부는 거의 전적으로 매스컴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에선 O - 157균 식중독으로 인한 사망자가 올해까지 14명이 발생, 후생성이 '전염병' 으로 지정했지만 한국에선 아직 '식중독균' 일 뿐이다.

일본 정부도 O - 157균 식중독환자를 격리수용하거나 강제로 환자의 집등을 소독하지는 않았다.

환자가족등의 건강진단과 대변검사등을 의무화하고 일부 업종 취업을 제한하는데 그쳤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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