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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오 포 노벨문학상 수상에 얽힌 뒷얘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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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놀랍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 (교황청) "타협의 산물인 것이 분명하다.

이런 결정은 스웨덴 한림원 뿐만 아니라 역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을 모독하는 것이다. " (폴란드 작가 구스타프 구르진스키)

…스웨덴 한림원이 9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이탈리아의 좌파 극작가 다리오 포를 선정했다고 발표하자 노벨문학상 선정의 객관성과 그 권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교황청은 수상 발표 소식이 전해지자 기관지 로세르바토르 로마노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일부 문인들은 지명도가 낮고 수상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은 포의 수상은 정치적 야합이라고 주장.

…수상 소식을 전해 들은 포의 일성은 "어안이 벙벙하다.

" 로마에서 밀라노로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핸드폰으로 수상 소감을 밝힌 포는 함께 달리던 다른 차의 운전자가 자기 차 옆으로 다가와 "다리오 포가 노벨상을 수상했다" 는 표지판을 들어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의 아내 프랑카 라메는 수상자 발표후 회견을 통해 자신과 남편이 이미 2주 전에 수상 소식을 알고 있었다고 밝혀 그동안 노벨문학상 선정과정에서 한림원이 고수해온 엄격한 비밀주의에 의혹이 일고 있다.

…스웨덴 최대 일간지 다겐스 뉘헤테르의 스테판 욘손 문학전문기자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올해는 심사위 내부 불화와 의견 불일치가 극심했다고 전언. 특히 심사위 내부에서 문학전문가와 비전문가들 사이의 견해가 크게 대립, 의견 조정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현지의 문학전문가들은 포르투갈의 안토니우 로부 안투네스와 벨기에의 유고 클라우스를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점쳤으나 뜻하지 않은 이탈리아 극작가 포에게 영광이 주어지는 이변을 낳았다.

…극우파의 공격대상 1호로 꼽혀온 포는 지난 5월 범죄조직에 납치당하기 직전 경찰이 다른 사건을 수사하다가 용의자를 검거하는 바람에 간신히 납치를 모면했다고. 극좌단체에서 맹렬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라메의 경우 74년 한 극우단체 회원에게 성폭행당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스웨덴어 번역가 카를로 바르소티는 "나는 항상 포를 좋아했다.

그러나 반동적인 사람들은 그를 더욱 멸시하게 될 것" 이라며 포의 수상으로 "이탈리아가 좌우 두 조각으로 분열될 것" 이라고 전망.

최성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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