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 충격] "이게 웬 날벼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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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가 끝내 처형됐다는 보도가 23일 새벽에 나오자 김씨의 가족과 친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22일 밤 김씨가 납치범과의 협상 시한을 넘겨 생존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만 해도 일단 안도하는 표정이었던 김씨의 주변 사람들은 한밤중에 날아든 느닷없는 비보에 큰 충격을 받았다.

김씨의 석방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큰누나 김향림(41)씨는 "선일아, 내동생아"라며 오열했다.

23일 새벽까지 김씨 가족들을 위로하며 김씨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던 이웃 주민 10여명도 "아이고, 아이고"를 연발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김씨 가족들은 전날 밤 선일씨가 아직 생존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온 가족이 환호성을 올리기도 했기에 충격은 더 컸다.

가족 모두 이라크 무장단체와의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는 줄 알았던 터였다.

아버지 김씨는 이 때문에 취재진에게 "추가 소식이 없느냐, 좋은 소식이 없느냐"며 김씨가 결국은 석방되리라는 기대에 가득 차있었다. 그러나 결국 허사였다.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촛불 집회도, 온 국민의 애타는 기도도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하늘도 무심하시지." 김씨의 친구들도 한밤중에 전해진 처형 보도에 충격을 받았다. 대학(한국외대 아랍어과) 친구인 이상훈(27)씨는 "방금 뉴스를 봤다. 정말 믿기지 않는다. 할 말이 없다"면서 "책임을 누군가에게 물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에 김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며 '사이버 구명운동'에 나섰던 네티즌들도 큰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네티즌들은 김씨의 처형 소식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전해지자마자 울분을 표하는 글들을 쏟아냈다. ID가 'Popescu'인 네티즌은 "일본은 자위대 파견한다고 했는데도 (인질들을) 구했는데, 우리나라는 왜 못하는 거냐"면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ELTIN'이라는 네티즌은 "국민을 대표해 교섭 한다는 사람들이 한심하다"며 정부의 대응을 답답해했다.

일부 네티즌은 "이라크인들을 잡아 보복해야 한다"는 등의 극단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내 네티즌들은 '김씨 살리기'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고 아랍권 언론사 홈페이지에는 김씨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글을 띄우는 등 적극적인 온라인 구명운동을 벌여왔다.

배노필.이경용 기자,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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