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데이비스著 '시간의 패러독스' 시간개념 설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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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구분이란 환상에 불과하다." 상대성이론을 세운 아인슈타인이 남긴 말이다.

그에 따르면 시간은 단지 '내가 경험한 시간' 과 '당신이 경험한 시간' 처럼 관찰자에 따라 서로 다르게 존재한다.

시간은 절대불변이라는 고전물리학자 뉴턴의 신념이 뒤짚어진 것이다.

고대신화부터 현대물리학에 이르기까지 변화한 시간개념을 설명한 책이 나왔다.

호주의 과학저술가 폴 데이비스가 쓴 '시간의 패러독스' (두산동아刊) .이 책은 시간은 과연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가,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우주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을까 등 상대성이론이 던진 물음들을 풀어가고 있다.

천체물리학의 최신 성과를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셈.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시간은 24시간, 3백65일, 12개월로 나뉘어진다.

그러나 이같은 시간단위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불과 4백여년전. 1582년 교황 그레고리 13세가 로마역법을 개정해 새로운 그레고리력을 선포한 후의 일. 그 이전에는 시간을 잴 수 있는 것은 음악, 계절및 천체운동의 변화, 여성의 생리주기 등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실제로 시간을 정확히 맞추는 주기란 아무 것도 없다.

특히 시간을 맞추는 기준인 지구의 자전속도 또한 항상 일정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94년 6월30일에는 늦춰진 자전속도와 표준시를 맞추는 작업까지 세계적으로 진행됐다.

현대인들은 가장 정확하다는 원자의 충돌횟수에 따라 표준시간을 정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시간에 대한 우리들의 믿음, 즉 시간은 수학적 단위처럼 한결같이 흐른다는 생각들은 실제 자연현상이라기보다는 현대 산업문명이 만들어낸 일종의 허상 (虛像) 이라는 주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단선적 흐름으로서의 시간의 허구성을 꼬집는 작업은 고대문명에서 더욱 활발했다고. 시간을 초월하는 것을 절대자로, 시간의 흐름이 존재하지 않는 에덴동산을 이상향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지금도 이어져 유럽인들은 '영원성 (eternity)' 을 숭배하고 힌두교도는 '해탈' , 불교도는 '열반' 을 칭송한다.

현대물리학이 발견한 시간확장이론도 시간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허문다.

원자속 소립자가 빛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만큼 어떤 사물이 광속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 미래로 혹은 과거로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신화와 공상에서나 보여지던 시간여행이 언젠가는 가능하리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책에는 이와 함께 강한 중력에 의해 시간의 흐름이 사라지는 블랙홀, 시간과 공간이 동시에 생겨났다는 빅뱅이론 등 현대 물리학이 아직 명확하게 풀지 못하는 의문들이 제시되고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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