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대타 용병술이 승부 갈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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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둔 두 감독의 표정에선 후회의 빛이 역력했다.

삼성 조창수 감독이나, 쌍방울 김성근 감독이나 3차전으로 막을 내리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작전구상의 기본이 되는 25명의 엔트리를 잘못 선택했다는 후회다.

8명의 투수를 명단에 올린 조감독은 타자 한명을 잘못 골랐다는 점을, 투수를 9명이나 올린 김성근 감독은 필요이상의 투수를 올렸다는 점을 아쉽게 생각했다.

두 감독 모두 대타에 대한 아쉬움에서 비롯된 후회였다.

삼성과 쌍방울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대타 기용에 커다란 제약을 받았다.

삼성은 대타요원이라고는 이만수.김종훈.유중일 뿐이다.

이 가운데 그나마 믿음직스런 유중일이 지명타자로 들어가면 나머지 타자들은 수비위치가 없다.

쌍방울도 사정은 같다.

대타요원은 많았지만 이들도 수비위치가 마땅치 않아 박철우.강영수.김성현은 모두 경기 막바지가 아니면 기용할 수 없는 수비위치 없는 대타들. 김성근 감독은 9명의 투수 가운데 1, 2명을 수비전문 선수로 기용하길 원했지만 선수층이 약한 쌍방울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준플레이오프의 투수진은 7명이면 충분하다" 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은 똑같은 악조건 속에서 3차전 유중일을 지명타자로 기용한 상황에서 7회 유격수 김태균 대신 황성관을 대타로 기용하는 모험을 감행, 성공을 거뒀다.

이는 곧 지명타자인 유중일이 유격수로 들어가고 지명타자가 없어지는 대신 투수 김상엽이 8번타순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시즌 막바지 백인천감독의 갑작스런 퇴진으로 팀을 떠맡은 삼성 조창수 감독은 1, 2차전을 통해 소심하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패전 일보직전에서 건 모험은 결국 삼성에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선물을 가져다 주었다.

전주 =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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