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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자랑 세계 최고급 구두 장인들 손끝에서 태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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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손재주로 먹고사는 나라' 패션.보석장신구.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최고급 수제품 (手製品) 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나라가 바로 이탈리아다.

가죽제품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교통의 요충지이자 유서깊은 대학도시 볼로냐에는 70년간 수제화를 생산, '구두업계의 페라리 (이탈리아산 최고급 수제승용차)' 로 알려진 아 테스토니社가 자리잡고있다.

가죽제품 장인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어 이미 13세기부터 구두 생산지로 명성을 떨쳐온 볼로냐. 불과 30년전만해도 2백여개의 구두공장들이 자리했던 이곳엔 현재 아 테스토니를 비롯, 두세개 회사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산업구조 조정으로 가죽산업이 사양화 추세로 돌아선 것이 그 이유. 하지만 일일이 손으로 매만지는 168개의 섬세한 공정, 구두밑창에 공기주머니를 삽입해 활동시 편안함을 극대화한 세계유일의 '주머니 공법' 을 고집해온 아 테스토니는 시대를 뛰어넘어 정상의 수제화 메이커로 자리잡을 수있었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한다 기계화와 자동화가 지상과제인 90년대, '사람의 손길' 을 최대의 무기로 내세운 시대착오적인 (?

) 구두공장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볼로냐 교외에 위치한 아 테스토니 공장에선 평균 10년이상 경력의 근로자 70여명이 하루 1백80켤레의 구두를 만들어내고 있다.

디자인에 맞춰 가죽 자르는 일만 50년간 해온 피에트로 세구치 (59) , 30여년동안 구두 앞코에 구멍장식 뚫는 작업을 담당한 안나 마리아 (52) , 망치로 두드리고 불에 그을려서 구두의 선을 주름없이 매끈하게 뽑아내는데 도가 튼 35년 경력의 블라디미로 보노라 (58)…. 모두가 일급장인들이다.

세계적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등 굵직한 고객들이 아 테스토니 구두만을 고집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카를로 피니 아 테스토니회장 (43) 은 공장 근로자 한사람 한사람의 이름을 가족처럼 부르면서 "여기서 훌륭한 구두가 태어나는 건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 는 그들의 자부심을 회사가 인정, 신명을 불어넣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이들 1세대 근로자들이 물러난 이후를 준비하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92년 이탈리아 정부의 지원으로 3년과정의 기술학교를 설립, 차세대 장인 양성에 착수한 것. 1세대 공장 근로자들이 해마다 15명씩 입학하는 학생들의 교육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

근로자와 기업.정부가 한마음으로 장인정신을 이어가는 나라. 일류 제품은 '거저' 태어나는 게 아니었다.

볼로냐 =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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