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ly?] 뒷골 당김과 고혈압 상관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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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Q 뒷골이 당기고 아프면 고혈압이다? 이런 얘기를 자주 접해서인지 “고혈압 환자에게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은”이란 질문을 일반인에게 하면 십중팔구는 ‘뒷목이 당기고 뻐근하다’ ‘뒷골이 아프다’고 답한다. 정말 그럴까?

A 해답은 의사들이 애용하는 고혈압의 별명에 있다.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가 그것이다. 말 그대로 고혈압은 평상시엔 환자에게 불편한 증상을 초래하지 않는다. ‘침묵’하다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심근경색·대동맥 박리증·심부전·신부전·망막증 등 무서운 합병증을 동반하며 ‘살인자’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증상이 없다 보니 고혈압에 걸려도 걸렸는지 모르고 지낸다. 대한고혈압학회가 고혈압 치료를 받은 환자 300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은 다른 질병을 치료하거나 검진하다 ‘우연히’ 발견했다. 혈압이 높은 걸 알아도 “혈압이 좀 높을 뿐이지 아픈 데도 없는데, 병원은 무슨…”이라며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고혈압에는 ‘절반의 법칙’이 통용된다. 100명의 고혈압 환자가 있다고 치자. 이들 가운데 자신이 고혈압 환자인지 아는 사람은 절반(50명) 정도다. 그 50명 중 치료받는 환자가 절반(25명)이다. 치료받는 사람 가운데 의학적으로 적절한 처방을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또 절반(13명)이라는 것이다. 고혈압 환자 중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며 정상 혈압을 유지하는 경우는 열 명 중 한 명에 불과한 셈이다.

의학적으로 정상 혈압은 120/80㎜Hg 이하다. 140/90㎜Hg 이상이면 약물치료가 필요한 고혈압이다. 이 두 가지 수치의 중간치인 130∼139/85∼89㎜Hg는 고혈압으로 진행할 위험이 큰 ‘직전 고혈압’ 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에는 ▶정상 체중 유지하기 ▶짜게 안 먹기 ▶매일 운동하기 등으로 혈압을 낮춰야 한다.

그렇다면 뒷골이 당기는 이유는 뭘까? 정답은 스트레스로 인해 두피와 목 근육이 수축되고 뭉치면서 생기는 긴장성 두통 때문이다. 고혈압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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