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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을 내 편 만들려면 언어·문화에 능통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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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 아닌가요. 중국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중국의 정치와 경제·문화·사회 등 각 분야의 흐름을 꿰뚫고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그것이 교류의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그 시작은 언어입니다. 언어 능력이 있어야 중국을 중국인의 시각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중국에서 인재관리 컨설팅을 하는 천민(陳珉·42·사진) 중즈(中智)인력자원관리자문 부사장의 말이다. 그는 중앙일보가 13일 주최한 ‘한·중 인력관리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처음 방문했다. 세계 경제위기와 함께 한·중 경제협력에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대중(對中) 수출은 급감하고, 중국 진출 기업들은 경영 악화를 이기지 못해 보따리를 싼다.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인가.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성보다 감성을, 법치보다 인치를, 일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중국 상인 문화를 깨닫는 것이 중국 사업 성공의 핵심이다.” 천 부사장은 인력관리와 기업전략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다음은 13일 오전 있었던 천 부사장과의 인터뷰 요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어떻게 보나.
“한국인은 끼리끼리 뭉치는 안 좋은 버릇이 있다. 중국인과 친구로 사귀면서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언어 능력을 키워야 한다. 언어가 돼야 중국 현지 직원을 부릴 수 있는 것 아닌가. 언어가 안 되니까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고 중국 직원을 부당하게 대우한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파견할 본사 직원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나?
“역시 언어가 가장 중요하다. 중국에서는 한국인이 영어나 중국어 중 한 가지만 잘해도 존경받을 수 있다. 존경을 받으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 둘째는 문화를 ‘깨달아야(悟)’ 한다. 문화는 공부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중국인과 사귀고 부딪치면서 체득하는 것이다. 중국에는 ‘돌을 더듬어 가며 강을 건너다(摸着石頭過河)’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좋은 고양이다’는 말이 있다. 중국인은 규칙에 따라 일하기보다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시도한다. 중국인의 말 속에 숨은 속내를 깨달아야 한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면 자기 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인력관리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한국 기업은 중국의 고급 인력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반면 서구 대기업들은 현지 책임자로 중국인을 임명하는 사례가 많다. 중국에서 기업을 경영할 경우 직원의 80~90%는 중국인이고, 상대하는 기업이나 정부 관리도 모두 중국인이다. 마케팅·광고도 중국인을 상대로 한다. 중국인 책임자가 당연히 유리할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어수룩한 보스가 있으면 상대방이 얕보고 등을 치지 않겠느냐.”

-중국 기업이 해외 인재 스카우트에 나선다는 뉴스를 봤다. 한국의 우수한 젊은이들이 중국 인력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은.
“중국 기업에 취직하려면 언어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한국 직원을 채용하는 기업은 통상 한국과의 거래를 통해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중국 기업에 한국인 직원의 메리트는 적다. 한국과 중국의 젊은이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실무 언어능력에 초점을 맞춘 BCT(Business Chinese Test·비즈니스 중국어 시험)를 보급 중인데.
“중앙일보가 중국국가한판(漢辦·중국어 보급을 위해 세운 국가기관)과 손잡고 BCT를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BCT는 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언어 능력을 측정하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나 상경계 대학에서 중시하기 시작했다.”

-중국 사업을 하려면 몐쯔(面子·체면)와 관시(關系)가 중요하다고 얘기하는데.
“맞다. 중국 비즈니스의 핵심은 몐쯔와 관시다. 예를 들어 보겠다. 직장 동료 A와 B가 가족여행을 가다가 A의 아이가 B의 아이를 때렸다고 하자. 중국에서는 통상 A가 B에게 사과하면서 바로 B의 앞에서 자기 아이를 혼내거나 때린다. A가 B에게 ‘몐쯔’를 준 것이다. 사업상 계약할 때 나중에 운신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자기의 신분을 낮추기도 한다.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장이 계약 자리에서 ‘다른 사업 파트너가 있으니 같이 상의한 뒤에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중에 뜻을 바꿀 경우 ‘상의해 봤는데 안 됐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몐쯔를 존중해 줄 때 관시가 성립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고 노동자 해고를 어렵게 하는 등 노동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진출 기업들은 인건비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민감한 문제다. 중국에는 노동법과 지난해부터 실시한 노동합동법이 있다. 중국에서도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버스 승객 모두에게 앉을 자리를 마련해 주는 셈이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다. 경제 현실은 버스 대수가 많지 않은 형국이다. 중국 중소기업들의 형편은 그리 좋지 않다. 노동합동법은 일자리 창출에 역효과를 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시기별로 다르다. 개혁·개방 초기인 1980년대에는 대부분의 기업이 직원들의 ‘덕(德)’을 중시했다.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중국 남부를 돌면서 개혁·개방을 촉구하는 담화를 발표)로 시장경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90년대에는 과감함을 뜻하는 ‘용(勇)’을 요구했다. 국제화가 진행된 2000년대에 들어선 리더십과 실력으로 무장한 ‘지(智)’를 갖춘 인재를 찾고 있다.”

-중국 역사상 인재를 가장 잘 키운 지도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삼국시대를 풍미한 유비와 조조다. 유비의 리더십은 삼국시대 리더 가운데 가장 뛰어났다. 잘 알다시피 유비 개인의 능력은 부족했지만 탁월한 리더십으로 휘하에 거느린 관우와 제갈공명 같은 인재들을 잘 활용했다. 조조는 유비와 다른 리더십의 소유자다. 자신도 다재다능했을 뿐만 아니라 휘하에 인재들의 숫자도 많았고 유형도 다양했다. 조조는 좀 더 권위적이고 엄격했다는 점만 빼면 강한 리더십을 가졌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비의 인재 관리 방식을 더 좋아한다. 리더십은 다른 사람을 활용해 자기의 의지에 따라 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현대 기업의 관리자들에게 『삼국지』에 나오는 리더십을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사업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의 기업들에 충고할 말이 있다면.
“기업 스타일을 놓고 볼 때 한·중 양국 기업은 큰 차이가 없다. 문화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은 겸손한 마음으로 한국 기업과 파트너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은 마음을 열고 중국을 대했으면 좋겠다.”

-경제위기 이후 경쟁력을 갖춘 인재가 되기 위해 양국 젊은이들이 갖춰야 할 소양은.
“중국에서 80년대에 태어난 ‘바링허우’(80後)와 ‘주링허우(90後·90년대 출생 세대)’들은 형제 또는 자매가 없는 가정환경에서 컸기 때문에 남과의 소통이나 협력을 모른다. 물론 기성세대보다 더 개방적이고 지식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이 안 풀리면 항상 남의 탓으로 돌린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협력하는 소양을 갖춘다면 남들과 다른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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