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진 돈보다 시간손실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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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종합병원 지정진료 (특진) 제도에 논란이 많다.

환자에 특진의사가 반강제적으로 지정되거나 지불한 비용만큼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환자들의 불만 때문이다.

"난치병도 아니고 명성이 있는 특정의사를 원한 일도 없는데 이름도모르는 의사에게 특진을 받도록 강요받았다.

거부하면 불이익을 당할 것같아 할 수 없이 특진을 신청했다.

" 아들의 감기때문 A병원 소아과 외래를 찾은 K씨 (36.서울 장안동)가 털어놓은 푸념이다.

"특진 의사는 입원내내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않았다.

게다가 퇴원후 진료계산서에는 임상병리검사나 방사선촬영에도 특진료가 가산되어 있었다.

" B병원에서 위암수술을 받은 L씨 (52.서울 청담동) 도 자신이 지불해야할 특진료의 용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K씨의 경우는 명백히 병원측의 잘못에 의한 것이다.

현행법상 특진은 환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강제지정으로 진료비가 청구됐을 경우 환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특진의사를 지정했던 L씨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특진비는 의료행위 자체보다 특정의사를 보고 지불하는 비용이므로 특진의사의 특별진료를 받았을때만 지불하는 것은 아니다.

또 지정진료비는 진찰이나 수술외 임상병리검사나 방사선촬영결과의 판독에도 적용되므로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 셈. 그렇다면 특진은 종합병원 유명의사를 만나기 위해 불가피하게 치러야하는 반대급부인가, 아니면 환자에게 이중부담을 강요하는 사치의료인가.

지정진료란 4백병상이상 규모의 종합병원 스태프 (10년이상의 진료경력자)에게 진료를 받을 때 정해진 수가의 50~100%를 덤으로 지불하는 제도. 이는 경험있는 의사 우대와 환자들이 종합병원으로 편중되는 현상을 막기위한 취지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이러한 지정진료제도가 병원수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편법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 때문에 일부 병원의 경우 진료예약후 해당 의사가 해외학회나 휴가로 진료를 보지 않은 경우나 특진인정이 되지 않는 MRI.CT.초음파검사결과의 판독에도 특진비용을 청구하는등 부당청구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부당청구가 의심될 경우 병원 원무과에 특진진료비 재심을 요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특진제도를 어떻게 선용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중요한 원칙은 특진을 위해 치러야할 부담에 비해 기대되는 치료효과가 어떠할지 미리 따져봐야한다는 것. 서울대병원의 경우 이 병원 외래의 초진본인부담금은 일반일경우 6천6백원이나 특진은 9천8백원이다.

차액은 불과 3천2백원.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일단 서울대병원의 유명교수를 만나기 위해 무심코 특진을 신청한다.

그러나 비용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손실. 유명대학병원의 특진교수를 외래에서 만나려면 서너달이상 기다렸다 다시 병원을 찾아야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게다가 특진신청환자의 상당수가 명의가 필요없는 가벼운 질환이다.

전문가들은 유명종합병원의 외래를 이용할 경우 일반진료를 적극 권장한다.

이유는 신청당일 바로 진료가 가능하다는 점과 일반진료를 담당하는 전임의 (전문의를 끝냈지만 정식스태프는 아닌 의사) 수준에서도 대부분의 질환에서 교수진 못지않은 진료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진료의뢰서가 필요없는 안과.이비인후과.피부과의 외래진료는 일반진료를 받는 것이 편리하다.

수술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일단 비용부담이 크다.

일반이면 50만원인 위암수술비용이 특진의 경우 90만원으로 껑충 뛴다.

그러나 암수술이란 점을 감안하면 경험많은 스태프에게 특진을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진이 불필요하리란 일반인의 상식과 달리 임상병리검사나 방사선촬영검사의 특진은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특진은 검사행위 자체보다 결과의 판독에 있는 만큼 경험있는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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