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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과목 축소해 사교육비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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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장관급·사진)은 12일 “공교육만 받아도 대학 가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당장 수학능력시험 과목을 축소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곽 위원장은 이날 미래기획위가 주최한 ‘미래를 위한 투자, 대한민국 교육선진화’ 세미나에서 “KAIST처럼 사교육이 침투할 수 없는 영역으로 학생 선발 비율을 높여야 한다. 면접과 입학사정관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곽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현 정부의 1기 청와대에서 국정기획수석을 지냈다.

이에 앞서 곽 위원장은 “많은 분들이 이명박 정부의 교육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해한다”며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도록 하고 사교육비 걱정 없는 세상 만드는 것, 두 가지가 이명박 정부가 바라는 교육”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곽 위원장은 사교육비 문제와 관련,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소득이 줄고 있다”며 “사교육비를 줄이지 않고는 중산층도 버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년간 ‘공교육을 정상화하면 사교육이 줄어든다’는 같은 말만 반복해 왔다”며 “이제는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곽 위원장은 현행 교육 시스템을 ‘관료주의 피라미드’로 규정했다. 그는 “교육과학기술부를 정점으로 시·도 교육청, 각급 학교 교장·교감·교사로 이어지는 관료주의의 피라미드”라며 “학교와 지방자치단체에 자율권과 권한을 넘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미래기획위원인 3명의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다.초점은 ‘교육 뉴딜’로 모아졌다. 서울대 백순근(교육학) 교수는 현재의 교육 현실을 ‘19세기 학교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치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노후 학교를 신·개축하고 학습보조 인턴제 도입에 국가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교육 뉴딜’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초대 교육비서관을 지낸 충남대 천세영(교육학) 교수도 “현재 교육제도는 획일적 방식으로 다양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실을 개혁하기 위해선 교과목 설정, 수업시간수 편성 등 교육과정의 운영 주체는 학교가 돼야 한다”며 “특히 영어공교육에 대한 과감한 투자, 국가장학재단 기금 확충 등의 교육 뉴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양대 이영(경제학) 교수는 ‘과잉 공급된 대학의 퇴출’을 주장했다. 그는 “정보공시와 외부평가를 통해 시장에서 한계대학이 가려지도록 해야 한다”며 “경제적 유인책을 줘 대학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한나라당 임해규·권영진 의원, 이원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김성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박종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하연섭 연세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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