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KT - 레인콤 손잡으니 인터넷전화기 '스타일' 나오더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지난달 KT가 출시한 인터넷전화기 ‘스타일’은 왕년의 MP3 플레이어 명가 레인콤과 공동 개발한 것이다. 1년 넘게 걸린다던 개발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할 수 있었던 건 대기업 인프라와 중견기업의 기술력이 잘 화합한 때문이라는 업계 중론이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SW) 개발업체인 유엔진솔루션즈는 삼성SDS의 SW 소스코드 무상공개 정책 덕분에 수월하게 제품을 낼 수 있었다. 삼성SDS가 ‘오픈소스’ 정신에 입각해 ‘애니프레임’이라는 SW 골격을 일반 업체에 공짜로 나눠주는 바람에 제품 개발 기간과 일손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IT 업계 생태계의 대기업과 중견·중소 기업이 힘을 합해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나누면 커진다=KT와 레인콤은 지난해 8월 인터넷전화(VoIP) 단말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협약했다. KT는 유선전화 시장의 90%가량을 점한 절대 강자였지만 인터넷전화 분야에서는 LG데이콤과 SK브로드밴드에 밀리는 상황이었다. KT의 최두환 부사장은 “고만고만한 제품으론 선발 업체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보고 첨단 기술과 디자인을 입힌 서비스 변신을 도모했다”고 말했다. KT는 18㎝(7인치)의 큼직한 LCD 화면을 달고 자동응답·영상통화·문자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단말기 개발을 레인콤에 맡기기로 한 것. 레인콤 직원 25명은 서울 우면동 미래기술연구소 한쪽에 둥지를 틀고 영상 인터넷전화 개발에 몰두했다. KT는 통신시스템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는 조언자가 됐다. 김군호 레인콤 사장은 “좋은 제품을 서둘러 개발할 수 있었던 건 대기업과 중견 기업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준 상생협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유엔진솔루션즈도 ‘오픈 소스’라는 대기업의 나눔 정책 덕을 많이 본 경우다. 오픈소스란 SW 소스코드를 무상 공개해 누구나 사용·개량·재배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삼성SDS는 보유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SW의 기본 골격)인 ‘애니프레임’의 소스코드를 지난해 5월 인터넷에 공개했다. 유엔진솔루션즈의 장진영 대표는 “SW에서 애니프레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해 개발 기간을 꽤 단축했다. 사후 관리까지 감안하면 5~8명의 일손을 덜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 말고도 그동안 3만5000여 중소 IT 업체와 대학·연구소 등이 애니프레임의 소스코드를 내려받았다. 삼성SDS도 애니프레임이 여러 SW의 기술표준이 될 테니 나쁘지 않다. 이 회사의 김인 사장은 “중소 SW 업체들과 윈-윈하는 성공 모델을 계속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IT는 상생의 보고(寶庫)=IT 협력을 하면 대기업 입장에선 일일이 손대기 힘든 잡다한 일을 할 때 전문업체의 인력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 중견·중소 업체엔 특허·인력·자금 같은 대기업 인프라가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 2006년 말 첫선을 보인 LG전자의 샤인폰은 이런 성공 공식을 마련했다. 협력업체인 광성전자에 7명의 연구원을 파견하고 생산설비 구축에 10억원을 투자한 끝에 스테인리스 재질의 샤인폰 케이스를 만든 것. 이 제품은 세계적으로 250만 대 이상 팔렸다.

통신과 전자는 상생협력이 활발한 분야다. 통신장비 업체인 GS인스트루먼트는 지난해 말 국내 처음으로 통신용 네트워크 계측기 개발에 성공했다.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 등 외국 회사가 장악해 온 분야였다. 2004년 개발에 착수했을 때부터 SK텔레콤이 시험장비 무상 대여 등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개발에 성공하자 SK텔레콤은 종전보다 30% 싼값에 국산 장비를 공급받게 됐고, GS인스트루먼트는 세계시장에 발을 내딛게 됐다.

삼성전자도 전문업체와의 상생 개발에 적극적이다. 최근 프롬써어티가 낸드플래시용 품질 자동검사 장비를 개발하는 것을 도왔다. 이에 따른 국산화로 연 3000억원의 수입 대체 효과를 거뒀다. 새 장비 가격은 수입품의 절반 남짓이라 3조원으로 추산되는 세계시장도 노릴 만하다. 휴대전화용 터치패드 업체인 시노펙스도 삼성전자와 협력해 성공한 경우다. 터치스크린폰이 인기를 끌면서 4년 만에 매출이 네 배로 뛰면서 지난해에 1000억원을 넘어섰다.

한글과컴퓨터가 선보인 ‘싱크프리 모바일’은 미국 퀄컴이 내놓은 최신 모바일 기기용 플랫폼인 ‘스냅드래곤’의 공식 오피스 프로그램 파트너로 선정됐다. 싱크프리 모바일은 모바일 기기에서 문서를 편집·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앞으로 퀄컴 플랫폼을 탑재한 넷북과 휴대인터넷기기(MID)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창우·이나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