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면 커진다=KT와 레인콤은 지난해 8월 인터넷전화(VoIP) 단말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협약했다. KT는 유선전화 시장의 90%가량을 점한 절대 강자였지만 인터넷전화 분야에서는 LG데이콤과 SK브로드밴드에 밀리는 상황이었다. KT의 최두환 부사장은 “고만고만한 제품으론 선발 업체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보고 첨단 기술과 디자인을 입힌 서비스 변신을 도모했다”고 말했다. KT는 18㎝(7인치)의 큼직한 LCD 화면을 달고 자동응답·영상통화·문자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단말기 개발을 레인콤에 맡기기로 한 것. 레인콤 직원 25명은 서울 우면동 미래기술연구소 한쪽에 둥지를 틀고 영상 인터넷전화 개발에 몰두했다. KT는 통신시스템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는 조언자가 됐다. 김군호 레인콤 사장은 “좋은 제품을 서둘러 개발할 수 있었던 건 대기업과 중견 기업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준 상생협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유엔진솔루션즈도 ‘오픈 소스’라는 대기업의 나눔 정책 덕을 많이 본 경우다. 오픈소스란 SW 소스코드를 무상 공개해 누구나 사용·개량·재배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삼성SDS는 보유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SW의 기본 골격)인 ‘애니프레임’의 소스코드를 지난해 5월 인터넷에 공개했다. 유엔진솔루션즈의 장진영 대표는 “SW에서 애니프레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해 개발 기간을 꽤 단축했다. 사후 관리까지 감안하면 5~8명의 일손을 덜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 말고도 그동안 3만5000여 중소 IT 업체와 대학·연구소 등이 애니프레임의 소스코드를 내려받았다. 삼성SDS도 애니프레임이 여러 SW의 기술표준이 될 테니 나쁘지 않다. 이 회사의 김인 사장은 “중소 SW 업체들과 윈-윈하는 성공 모델을 계속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통신과 전자는 상생협력이 활발한 분야다. 통신장비 업체인 GS인스트루먼트는 지난해 말 국내 처음으로 통신용 네트워크 계측기 개발에 성공했다.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 등 외국 회사가 장악해 온 분야였다. 2004년 개발에 착수했을 때부터 SK텔레콤이 시험장비 무상 대여 등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개발에 성공하자 SK텔레콤은 종전보다 30% 싼값에 국산 장비를 공급받게 됐고, GS인스트루먼트는 세계시장에 발을 내딛게 됐다.
삼성전자도 전문업체와의 상생 개발에 적극적이다. 최근 프롬써어티가 낸드플래시용 품질 자동검사 장비를 개발하는 것을 도왔다. 이에 따른 국산화로 연 3000억원의 수입 대체 효과를 거뒀다. 새 장비 가격은 수입품의 절반 남짓이라 3조원으로 추산되는 세계시장도 노릴 만하다. 휴대전화용 터치패드 업체인 시노펙스도 삼성전자와 협력해 성공한 경우다. 터치스크린폰이 인기를 끌면서 4년 만에 매출이 네 배로 뛰면서 지난해에 1000억원을 넘어섰다.
한글과컴퓨터가 선보인 ‘싱크프리 모바일’은 미국 퀄컴이 내놓은 최신 모바일 기기용 플랫폼인 ‘스냅드래곤’의 공식 오피스 프로그램 파트너로 선정됐다. 싱크프리 모바일은 모바일 기기에서 문서를 편집·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앞으로 퀄컴 플랫폼을 탑재한 넷북과 휴대인터넷기기(MID)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창우·이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