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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총재-신한국 비밀교섭 전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달 5일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총재가 '뜬금없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을 향해 "임기중 내각제개헌을 추진하겠다면 협력할 용의가 있다" 고 천명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신한국당측이 "개헌은 없다" 고 일축한 일이 있다.

金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그러나 '아닌 밤중 때 아니게' 나온 것은 아니었다.

이 발언이 나오기전 여당 중진인 신경식 (辛卿植).김종호 (金宗鎬) 의원이 차례로 金총재의 신당동 자택을 찾아가 '15대 국회 임기말 내각제개헌 추진' 의사를 타진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4일 여권및 자민련 관계자에 의해 확인됐다.

그러나 金총재는 '15대 국회말 개헌' 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辛.金의원을 돌려보냈다.

여권에 의해 공식적으로 거부된 金총재의 제안은 그러나 1주일이 조금 지난 추석연휴 직전인 14일을 전후해 정부 주요 인사가 金총재와 만남으로써 다시 지펴지기 시작했다.

이 정부인사는 평소 친분을 유지해온 이동복 (李東馥) 총재비서실장을 통해 金총재를 급하게 만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李실장은 당시 국제의원연맹 관계로 이집트 카이로에 출장중이었고 다른 채널의 주선으로 회동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은 "이 인사의 방문은 金대통령의 '밀사' 성격" 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된 관심은 '범여권에 의한 정권재창출' 이었고 金총재의 요구는 대통령에 의한 '연내 내각제추진' 이었다는 것. 따라서 양측의 관심과 요구에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그간 거듭됐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金총재와 이 인사간 대화채널은 李실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내각제' 외엔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金총재의 완강한 입장이 물밑협상의 진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한다.

어쨌든 金총재는 金대통령측으로부터 전달될 최종결심의 마지노선을 오는 10일께로 잡아놓고 있다.

최종결심을 확인한 뒤 자신의 '10월결단' 을 공표한다는 방침이다.

金총재를 찾아온 '여권밀사 3인' 을 확인해준 자민련 관계자는 "DJP단일화가 대세이긴 하나 YS - JP 물밑접촉이 끝나기까진 어떤 예단도 금물" 이라고 전망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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