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멋대로 달리는 시내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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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시내버스의 난폭운행은 모든 시민들이 매일매일 경험을 통해 그 심각성을 실감하고 있다.

버스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채 자리도 잡기 전에 버스가 급출발하는 바람에 몸의 균형을 잃고 넘어지거나 당황한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또 승용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갑자기 끼어드는 버스를 피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급정차하다 승용차끼리 추돌사고를 내는 경우를 겪기도 한다.

불친절.난폭운행은 정시성 (定時性) 부족과 함께 시내버스에 대한 시민들의 가장 큰 불만사항이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시정요구에도 지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전국 8개도시의 시내버스들이 4분에 한번꼴로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합동조사 결과를 보면 그 심각성에 새삼 분노를 느끼게 된다.

시간당 평균 4.8회 차선을 위반하고 1.8회 신호를 무시하며 8.4회나 경음기를 울려 대고 있다니 '도로의 무법자' 라는 말이 실감난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버스전용차로와 버스우선신호 등 당국의 버스에 대한 배려가 확대되고 있는데도 법규위반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시내버스의 서비스 개선은 서울시가 노선개편.배차간격 축소.버스 고급화 등 방대한 내용의 시내버스개혁 종합대책을 마련했을 정도로 복합적인 과제이고, 그 처방도 당국의 제도개선과 업체의 경영합리화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 난제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친절.안전운행은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급작스럽게 차선을 변경하고 신호를 위반한다고 업체의 경영상태가 호전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난폭한 운전자세는 업체의 적자타령과 연결된 닭과 달걀의 논쟁거리가 아니다.

다시 말해 시내버스의 과속.난폭운전.불친절 등은 업체와 종사자들의 서비스정신 결여에 원인이 있는 것이며, 따라서 시내버스에 대한 다른 불만과 달리 의지만 있다면 비교적 쉽게 고칠 수 있는 사항이다.

관계당국은 버스의 친절운행만은 다른 서비스개선 노력과 분리해 지속적인 단속과 처벌을 통해 운행질서 위반행위를 근절해야 한다.

운전자에 대한 교육과 근무여건 개선노력이 병행된다면 그 성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와 함께 업체의 서비스노력을 자극할 수 있는 제도적 대책으로 서비스평가의 시행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단계적 목표를 정해 법규준수와 친절운행에 대한 평가부터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재정지원 등의 혜택 또는 불이익을 준다면 업체들 스스로 운행질서 확립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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