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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TV 방북 취재 열풍…CBS·ABC등 기근참상 관련 생생한 장면 촬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최근 미국의 주요 TV방송사들이 북한 기근 (饑饉) 현장의 취재.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 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같으면 방북이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CBS는 최근 자사 취재진이 북한을 방문해 촬영했다는 필름을 1일 오후9시 (미 동부시간) 뉴스시사프로그램인 '퍼블릭 아이' 시간에 방영한다.

CBS는 자사의 방북취재 사실및 방영내용을 미리 AP등 주요 통신사에 알리고, 수차례 예고방송까지 내보내는등 대대적인 홍보를 전개했다.

CBS는 이달초 미국의 민간구호단체 '아메리케어스' 가 전세 항공기 편으로 북한에 의약품을 수송할 때 북한의 승낙아래 피터 밴샌트 기자를 동행시켰다.

밴샌트 기자는 비록 북한체류 기간이 24시간 정도에 불과하고 통제를 받긴 했으나 카메라를 갖고 나가 거리풍경을 찍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으며 북한 주민들의 남루한 모습을 많이 찍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CBS는 밴샌트 기자가 취재해온 필름 이외에 다른 취재원들을 통해 평양 교외의 가뭄피해 극심지역과 철로변에 나뒹구는 시신 모습, 그리고 고아원의 야윈 어린이들의 모습등이 담긴 필름을 입수했다고 한다.

ABC도 자사의 다이앤 소여 기자가 자선기관인 '피드 더 칠드런' 대표단 일행으로 신분을 위장, 4일간 방북취재를 마치고 지난 주말 귀국했다고 밝혔다.

ABC는 지난달 29일 '세계의 뉴스' 시간에 이 사실을 공표하고, 이 기관에서 촬영한 생생한 필름을 다음주 '프라임타임 라이브' 시간에 방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앞서 CNN 인터내셔널 방송의 이슨 조던 사장도 지난 8월 북한의 심각한 가뭄상황을 평양에서 생방송으로 진행, 관심을 모은바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현지 관측통들은 북한이 서방세계로부터 더 많은 식량을 지원받기 위해 방북취재에 큰 호기심을 나타내고 있는 미 TV방송사들을 활용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국무부는 그동안 북한측에 '식량지원 확대를 위해서는 대중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며, 그러려면 시청자들에게 주는 임팩트가 큰 TV방송사들에 참상을 알리는게 효과적' 이라는 점을 주지시켜왔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같다는 얘기다. 방북취재를 처음에는 시청률이 제한된 CNN에만 허용하고,점차 '더 홍보효과가 큰' 공중파 TV로 옮기는 것이나, 1개 방송사씩만 선별 허용하는 것등이 그런 느낌을 짙게 준다는 분석이다.

한 관측통은 북한이 ABC의 다이앤 소여 기자의 신분위장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당초 '아메리케어스' 의 전세기 방북때 뉴욕타임스의 바버러 크로셋 기자에게 방북허가를 내주겠다고 구두통보했다가 돌연 취소한바 있다.

이는 북한이 인쇄매체의 '이성적인 분석' 보다 방송매체의 '감성적인 호소' 를 더 원한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나 방북취재를 했다는 미 TV방송사들은 대부분 북한측의 철저한 감시와 취재지역 접근제한으로 기근의 실상을 자세히 취재하지는 못해 세계식량계획 (WFP) 등 국제구호기관 관계자들로부터 제공받은 화면을 방영하는 '수준' 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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