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부도기업들 재기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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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법정관리 결정을 받아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자. " 올들어 부도로 쓰러진 삼미특수강.삼립식품등은 법정관리 신청을 해놓고 이 '관문' 을 통과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고경영진의 거취 문제와 3자 인수 가능성에 대한 반발로 법정관리를 한사코 피하려는 기아그룹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재산보전처분 상태인 이들 기업은 "경영주가 경영권을 포기한 상태에선 법정관리가 마지막 회생 기회" 라며 법원의 개시결정에 목을 매달고 있다.

이 결정이 떨어져야▶추가 자금지원을 받으며▶연체이자율 (15~18%) 대신 10% 이하의 새 이자율을 적용받고▶매출대금등에 대한 가압류 위기에서 벗어나는등 실질적인 '보호' 를 받을 수 있기때문. 이들은 채권자를 발이 부르트도록 찾아다니며 '빚독촉' 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하고 필사적인 자구노력과 판매활동을 하는 한편 개시결정의 밑자료가 되는 법원 자산실사팀에 최선의 협조를 아끼지 않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67개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해 21개 기업만이 개시명령을 받고 23건은 기각되거나 취하됐다.

◇ 어떻게 노력하나 = 텐트 원단 생산업체로 지난 4월 부도가 난 교하산업은 4차에 걸쳐 조직을 축소개편해 관리직원 80명을 14명으로, 생산직원 3백명을 1백50명으로 줄였다.

한신공영은 40명의 임원을 25명으로 줄였고 삼미특수강은 부채 상환을 위해 재산의 3분의 2를 처분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몸집줄이기와 관리비용 절약등 허리띠 졸라매기는 삼립식품.태화쇼핑.㈜한보등도 마찬가지다.

한편 이들 기업은 법원이 지정한 공인회계사들의 재산실사때 가능한 한 기계등 자산가치는 높게, 부채산정은 낮게 평가받기 위해 이들을 '칙사' 대접하고 자산가치를 부풀려 제시하는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도가 난 A사 관계자는 "법원 실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체면을 가릴 여유가 없다" 고 말했다.

◇ 회복궤도 오른 매출 = 삼립식품.태화쇼핑.삼미특수강등은 재산보전처분으로 채권.채무가 동결된 이점을 살려 매출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부도가 난 삼립식품은 영업에 총력을 기울여 9월 현재 지난해 매출액의 95%를 회복했다고 회사측은 말했다.

이 회사는 부도직후 수도권 2백개 대리점 가운데 30개를 경쟁업체에 빼앗기자 70명의 영업직원들이 10일에 한번꼴로 집에 들어가면서 새벽 배달전선에 나섰다고 정종철 (鄭宗喆) 영업이사는 말했다.

지난 3월 부도가 난 삼미특수강은 9월에 1만3천의 생산을 기록해 부도 이전 월평균 2만에 다가서고 있다.

또 지난 7월부터 스테인리스 강판시장의 점유율 28% (부도이전 33%) 를 기록해 선두로 복귀했다.

또 부산의 태화쇼핑은 6월 부도 이후 지역주민들의 '향토기업 살리기 운동' 에 힘입어 7, 8월 하루평균 매출액이 부도전의 3억9천만원에서 오히려 4억1천만원으로 늘어났다.

이때문에 9월부터 고객의 신용카드 사용도 재개됐다.

그러나 교하산업등은 운전자금 확보 어려움 때문에 부도 이전 매출액의 절반도 회복하지 못고 있다.

◇ 정상화 걸림돌 = 재산보전처분 상태의 기업들은 이자가 동결된 이점을 살려 공장을 돌리고 있지만 대부분 심한 운영자금난을 겪고 있다.

또 한신공영은 법정관리가 개시되지 않은 부도기업이라는 낙인 때문에 2개사와 공동으로 김해시 하수도 공사를 수주해 놓고도 지난달 25일 부적격 판정을 받기도 했다.

또 재산보전처분 아래서는 채권자가 판매대금등에 지급정지나 가압류를 할 수있기 때문에 이들 기업은 은행거래를 하지 않고 직원 봉급등을 현금지급하고 있다.

이때문에 기업들은 하루빨리 법정관리 개시결정이 떨어져 법원의 보호아래 본격 정상화에 나서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영렬.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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