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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6년제' 약사-한의사는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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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약학대학을 6년제로 바꾸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약사와 한의사가 전격 합의했지만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의사협회가 계속 반대하고 있고, 한의대생들이 합의안 수용을 거부한 채 약대 6년제 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시험을 무기한 거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령 개정의 열쇠를 쥔 교육인적자원부도 6년제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21일 "약사회와 한의사회가 합의했다지만 의사협회나 한의대생 등의 반발이 있어 합의가 완전히 이뤄진 것으로 보기 힘들다"며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반쪽짜리 합의=보건복지부는 강윤구 차관 주재로 대한약사회 원희목 회장 및 대한한의사협회 안재규 회장과 20일 밤 회의를 열어 2008학년도부터 약학대를 4년제에서 6년제로 바꾸기로 합의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이대로 시행되면 현재 중학교 3학년부터 적용된다.

그동안 복지부와 약사회는 선진국과 같이 약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약대를 6년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의사들은 약사들이 한약 공부를 더해 한약을 취급하려는 속셈이라며 반대해 왔다.

약사회와 한의사회는 한약학과를 졸업한 사람에 한해 한약사 면허를 부여하게 돼 있는 약사법 시행령 조항을 모법인 약사법에 명시해 달라고 복지부에 요청하기로 했으며 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여 연내에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대한약사회는 합의문에서 "약대 6년제를 추진하는 목적이 통합 약사(한약을 취급함을 의미)를 위한 것도 아니고 의료행위를 하기 위한 방안도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못박았다.

◇진통 계속=이번 합의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김재정 회장은 "지금도 약국에서 혈압을 재거나 당뇨 검사를 하는 등의 의료행위를 일삼고 있는데 약대가 6년제가 되면 그런 행위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사협회는 "약사들이 더 배우려면 대학원을 가면 되지 모든 약대를 6년제로 바꾸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고 주장했다.

전국한의과대학 학생회연합도 이날 11개 대학 학생회장 회의를 열어 "약사회와 한의사협회의 합의는 밀실 야합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창열 대변인은 "약대 6년제가 되면 약사들이 한약 취급 범위를 넓히고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한약사회 이주영 회장도 "약학대를 6년제로 바꾸면서 한약학과를 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약학과 학생들도 약대 6년제 관철을 내걸고 지난 14일부터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신성식.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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