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후보 앞다퉈 지역공약 들고 영남으로…후보별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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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다섯명의 대선후보들은 선거일을 80일 남겨둔 29일 밤을 모두 영남에서 지냈다.

후보가 안나온 '가장 큰 표밭' 을 의식한 대이동이다.

여당의 전당대회를 '견제' 하려는 야권후보들의 계산도 한 몫한 듯하다.

또 신한국당 총재직을 물려받는 이회창 (李會昌) 후보가 이 지역의 지지까지 챙겨 기력을 회복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깔려있다.

각 후보들은 내달초까지 계속되는 지역 TV토론 스케줄에 제각기 정책공약 발표, 당 행사, 민생현장 순회등을 엮어 강행군을 할 참이다.

'정치권 대란설' 이 나도는 10월을 일제히 한 곳에서 맞기 시작한 이들의 '영남 대공방' 이 대선 가도에 결정적 변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남표 쟁탈전에 임하는 다섯 후보의 전략은 판이한 입지 만큼이나 제각각이다.

이회창 신한국당후보는 '전통적인 여권표 결속' 이 목적이다.

전당대회 개최지를 대구로 정했듯 20%미만에서 정체된 지지도의 상승을 꾀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으로 영남을 인식하고 있다.

29일 대구도착 직후 '2001년 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 '서울.부산에 이은 명실상부한 3대도시로 육성' 등 지역공약을 발표했다.

30일 상경후 다시 다음달 3일부터 2박3일간 부산.경남지역을 돈다.

3일 (창원).4일 (부산) 의 TV토론회를 지역민심을 사로잡을 기회로 삼고 있다.

영남민심 구애 (求愛)에 가장 적극적인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후보는 27일 대구.경북지역 공약발표에 이어 월드컵 한.일전을 관전한뒤 29일 곧바로 창원으로 갔다.

다음달초 엄삼탁 (嚴三鐸) 전병무청장등 영남권인사들의 입당식을 가질 예정. 2~6일을 부산.경남.대구지역에 머무르며 지역공약을 추가해 반 (反) DJ정서를 최대한 줄여간다는 전략이다.

또 영남지역 공략을 위한 별도 기구를 당내에 설치할 계획이다.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후보 역시 부진한 지지율 탈피의 열쇠를 이 지역에서 찾는다는 입장. '부산의 21세기 동남권 거점도시화' '부산~서울~평양~신의주~베이징~싱가포르~파리를 잇는 대륙교통망 조성' 등의 거창한 공약발표를 벼르고 있다.

경남지역의 권역별 개발, 낙동강 수질보전을 위한 지역협의회 구성등도 내놓을 예정. 조순 (趙淳) 민주당후보는 자갈치시장.공동어시장.부두방문등 부산지역 민생현장 훑기에 이틀째 주력했다.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앞세우기 위한 경제실상 파악이다.

특히 이 지역이 민주당 이기택 (李基澤) 전총재의 거점임을 감안, 지구당위원장들을 만나 그와의 협력의지를 밝히며 간곡한 협조를 당부하는 일에도 큰 비중을 두고있다.

영남지역에서 지지율1위를 달리는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는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개혁 계승" 을 일관되게 강조하는데 주력할 계획. 철저한 대중행보와 이와 관련한 공약발표로 '사실상 여당후보' 라는 이미지 부각이 목적이다.

이를 통해 이회창후보를 제치고 'DJ - 이인제' 의 2강구도의 불을 지핀다는 것이다.

한편 후보들은 대부분 통도사에 들러 월하 (月下) 종정을 만나는 일정을 갖고있다.

'표가 되는 일은 무엇이든 한다' 는 심산이다.

김석현.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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