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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주유소, 강남서도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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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5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동 옛 차관아파트 앞 GS 칼텍스 삼성로 주유소. 주유기 앞에 아우디·BMW·에쿠스·SM5 등 승용차 4대가 동시에 들어오자 안내직원이 운전자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손님! 차에서 내리셔서 직접 기름을 넣으셔야 합니다.”

6일 오전 GS칼텍스 삼성로 주유소를 찾은 한 여성이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셀프주유를 하고 있다. [GS칼텍스 제공]


“한번도 셀프 주유를 해보지 않았는데 힘들지 않을까요.” SM5 운전자인 50대 주부 김영해(서울 삼성동)씨는 이렇게 말하며 당황했다.

안내원 김호진(28)씨는 차 주유구를 여는 것부터 기름 선택, 결제 방법, 주유 방식 등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안내원 김씨는 설명만 할 뿐 모든 일 처리는 운전자 김씨의 몫이었다. 주유기에서는 현금인출기처럼 음성·화면 안내가 나왔다. 5만원어치 휘발유를 넣은 김씨가 주유를 마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0여 분. 옆에서는 한 남성 운전자가 익숙한 동작으로 직원의 설명 없이 주유를 시작했다.

서울 강남에서 유일한 셀프 주유소 풍경이다. 1월 중순 1500여㎡의 대지에 세워진 이곳은 GS 칼텍스가 향후 주유소 사업 방향성을 정하기 위한 실험장으로 여기는 곳이다. 정유업체가 서울 강남 지역에 잇따라 실험적인 주유소를 열고 있다. 이들이 강남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GS 칼텍스 홍보팀 이병무 상무는 “부자동네로 알려진 강남에서 가격이 저렴한 셀프 주유소가 성공한다면 전국 어디에서도 셀프 주유소로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정은 GS 칼텍스 허동수 회장이 했다. 허 회장은 “일본의 경우 15% 정도의 주유소가 ‘셀프’방식으로 변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셀프 주유소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 주유소의 휘발유 값은 L당 1597원으로 근처의 경쟁사 주유소보다 180원이 쌌다. 이 주유소를 관리하는 김대성 GS 칼텍스 차장은 “고급 승용차가 많은 곳이라 성공할 것인지 반신반의했지만 2월 마지막 주 판매량은 개장 첫 주 판매량의 3배 이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고객이 낯설어해 사용법을 설명해 주는 직원을 두고 있지만 6개월 정도 지나면 운전자가 모두 알아서 하는 체제로 바꿀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내 1만2000여 개 주유소 가운데 셀프 주유소는 100개 정도며 GS 칼텍스가 67개를 운영한다.

6일 오전 11시쯤 한 여성 운전자가 쏘나타를 몰고 서울 지하철 2호선 방배역 사거리 근처의 한 주유소에 진입하자마자 한 직원은 워셔액을 갈아주고, 다른 직원은 타이어의 공기압을 측정해 줬다. 세차를 맡긴 여성은 카페처럼 꾸민 쉼터에서 커피를 마시며 잡지를 읽기도 했다. 이 주유소 이름은 ‘엔느’. SK에너지가 여성 운전자가 해마다 늘어 간다는 점에 착안해 여성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위해 실험 장소로 택한 곳이다. 이름도 프랑스어로 여성을 뜻하는 접미사다. 외관은 여성이 선호하는 보라색과 깔끔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흰색으로 장식돼 있다. 이 주유소는 여성 멤버십을 활용한다. 네일 케어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이영빈 지점장은 "강남이 ‘소비 1번지’인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고객이 40%를 넘었고, 주부 고객층을 위해 교육 컨설팅 및 요리 강좌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느로 바꾸기 전 이 주유소의 평균 판매량은 한 달 20만L 수준이었지만 현재 30만L로 늘었다고 한다. SK에너지는 이 주유소 브랜드를 주요 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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