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동 옛 차관아파트 앞 GS 칼텍스 삼성로 주유소. 주유기 앞에 아우디·BMW·에쿠스·SM5 등 승용차 4대가 동시에 들어오자 안내직원이 운전자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손님! 차에서 내리셔서 직접 기름을 넣으셔야 합니다.”
6일 오전 GS칼텍스 삼성로 주유소를 찾은 한 여성이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셀프주유를 하고 있다. [GS칼텍스 제공]
“한번도 셀프 주유를 해보지 않았는데 힘들지 않을까요.” SM5 운전자인 50대 주부 김영해(서울 삼성동)씨는 이렇게 말하며 당황했다.
안내원 김호진(28)씨는 차 주유구를 여는 것부터 기름 선택, 결제 방법, 주유 방식 등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안내원 김씨는 설명만 할 뿐 모든 일 처리는 운전자 김씨의 몫이었다. 주유기에서는 현금인출기처럼 음성·화면 안내가 나왔다. 5만원어치 휘발유를 넣은 김씨가 주유를 마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0여 분. 옆에서는 한 남성 운전자가 익숙한 동작으로 직원의 설명 없이 주유를 시작했다.
GS 칼텍스 홍보팀 이병무 상무는 “부자동네로 알려진 강남에서 가격이 저렴한 셀프 주유소가 성공한다면 전국 어디에서도 셀프 주유소로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정은 GS 칼텍스 허동수 회장이 했다. 허 회장은 “일본의 경우 15% 정도의 주유소가 ‘셀프’방식으로 변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셀프 주유소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 주유소의 휘발유 값은 L당 1597원으로 근처의 경쟁사 주유소보다 180원이 쌌다. 이 주유소를 관리하는 김대성 GS 칼텍스 차장은 “고급 승용차가 많은 곳이라 성공할 것인지 반신반의했지만 2월 마지막 주 판매량은 개장 첫 주 판매량의 3배 이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고객이 낯설어해 사용법을 설명해 주는 직원을 두고 있지만 6개월 정도 지나면 운전자가 모두 알아서 하는 체제로 바꿀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내 1만2000여 개 주유소 가운데 셀프 주유소는 100개 정도며 GS 칼텍스가 67개를 운영한다.
6일 오전 11시쯤 한 여성 운전자가 쏘나타를 몰고 서울 지하철 2호선 방배역 사거리 근처의 한 주유소에 진입하자마자 한 직원은 워셔액을 갈아주고, 다른 직원은 타이어의 공기압을 측정해 줬다. 세차를 맡긴 여성은 카페처럼 꾸민 쉼터에서 커피를 마시며 잡지를 읽기도 했다. 이 주유소 이름은 ‘엔느’. SK에너지가 여성 운전자가 해마다 늘어 간다는 점에 착안해 여성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위해 실험 장소로 택한 곳이다. 이름도 프랑스어로 여성을 뜻하는 접미사다. 외관은 여성이 선호하는 보라색과 깔끔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흰색으로 장식돼 있다. 이 주유소는 여성 멤버십을 활용한다. 네일 케어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이영빈 지점장은 "강남이 ‘소비 1번지’인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고객이 40%를 넘었고, 주부 고객층을 위해 교육 컨설팅 및 요리 강좌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느로 바꾸기 전 이 주유소의 평균 판매량은 한 달 20만L 수준이었지만 현재 30만L로 늘었다고 한다. SK에너지는 이 주유소 브랜드를 주요 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