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관음' 사상 첫 해외전시…10일부터 루브르박물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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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백제관음' (百濟觀音) 이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예술품으로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제정한 '일본의 해' 를 맞아 일본측이 특별히 해외전시를 허용함에 따라 지난 5일 파리로 공수 (空輸) 돼 온 백제관음상이 '구다라 간논' (Kudara Kannon) 이란 일본식 이름으로, 루브르 박물관 드농관 (館)에 마련된 특별전시실에서 지난 10일부터 우아한 자태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언론들은 '구다라 간논' 을 '일본 불교미술의 정수 (精髓)' 라고 소개하면서 '절대 놓쳐서는 안될 전시회' 라고 흥분하고 있다.

국보로 떠받들고 있는 이 불상 (佛像) 의 해외전시를 일본이 허용한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로 일본문화에 조예가 깊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끈질긴 외교적 노력의 결실이라고 설명한 언론도 있다.

그러나 '구다라' (百濟) 란 이름 자체가 말해주듯 이 불상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엇갈리고 있다.

6, 7세기경 백제에서 만들어져 일본으로 옮겨진 것이라는 설이 있는가 하면 아스카 (飛鳥) 시대에 일본에 온 백제의 도래인 (渡來人) 이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반면 많은 일본학자들은 7세기 일본의 장인 (匠人) 이 독창적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전시실에 게시된 불어 설명문은 불상의 유래와 관련, "한국 (백제)에서 건너왔다는 '전설' 도 있지만 비슷한 양식의 목조불상이 당시 중국이나 한국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고 있는 점에 비추어 '실수할 위험 없이' 일본에서 제작됐다고 확신할 수 있다" 고 적고 있다.

일본측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크리스토프 모냉 대외관계실장은 " '구다라 간논' 의 전시 자체가 외교적 채널에서 결정된 일인데다 루브르는 극동 고미술전문 박물관이 아니다" 며 발을 빼고 있다.

불상을 대여해 준 일본측 설명을 그대로 수용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 태생의 극동 불교미술전문가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고 (故) 존 카터 코벨 박사 (컬럼비아대)가 지난 84년에 출간한 저서, '한국문화가 일본에 끼친 영향' 이라는 책에 따르면 어느 나라의 것인지가 분명해 진다.

"이 불상이 백제공예품임을 말해주는 불변의 단서는 머리에 쓰고 있는 보관의 장식이 백제 무령왕능에서 발굴된 장식품의 연화당초문양과 똑같다는 점이다.

이 불상이 '백제관음' 이란 명칭을 고수해온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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