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콜드패 설욕 희망을 쏜 김태균 ‘승엽 형보다 장딴지 더 굵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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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이 7일 일본전 1회 말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상대로 140m짜리 투런 홈런을 때린 후 공을 바라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2006년 3월 5일. 이승엽(33·요미우리)은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일본전에서 투런 홈런을 때려 한국에 역전승을 안겼다. 이 대회에서 홈런(5개)·타점(10개) 1위를 차지한 그는 양말을 무릎까지 올려 신은 ‘농군 패션’을 선보였다. 이승엽은 “그때 느낌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또 스타킹을 올려 신으면 장딴지 근육이 드러나 투수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다”며 아직까지 양말을 올려 신고 있다.

제2회 대회에도 이승엽을 대체할 만한 ‘장딴지 거포’가 등장했다. 한국 대표팀의 새 4번 타자 김태균(27·한화)이다.

김태균은 7일 일본전에서 0-3이던 1회 말 2사 3루에서 왼쪽 광고판을 때리는 비거리 140m짜리 초대형 홈런을 뿜어냈다. 상대는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인 마쓰자카 다이스케(29·보스턴)였다. 천천히 다이아몬드를 도는 그의 두 다리가 낯설지 않았다. 김태균 역시 스타킹을 바짝 올려 신어 우람한 장딴지를 자랑하고 있었다. 체중이 이승엽보다 20㎏ 많은 110㎏이니 장딴지도 더 튼실했다.

한국은 추가점을 얻지 못하고 2-14, 7회 콜드게임으로 대패했다. 그러나 김태균은 “1회 홈런은 유리한 볼카운트(0-3)에서 마음껏 휘두른 것”이라며 “승엽 형이 빠져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지금 대표팀 분위기는 충분히 좋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일본은 메이저리거 추신수(27·클리블랜드)와 베이징 올림픽 한·일전에서 홈런을 터뜨린 이대호(27·롯데)를 가장 두려워했다. 추신수가 왼쪽 팔꿈치 부상에, 이대호가 타격 부진에 시달리는 동안 김태균은 지난 2일 세이부와의 평가전에서 총알 같은 우중월 홈런을 터뜨렸다. 일본 언론은 ‘이승엽이 지목한 후계자가 김태균’이라며 경계했다.

다른 팀에도 김태균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김태균은 8일 중국전에서 3타수 1안타·1타점·2득점을 기록했고, 6일 대만전에선 2타점 결승타를 포함해 2타수 1안타를 올렸다. 1라운드 3경기 성적이 8타수 3안타(0.375) 1홈런·5타점이다. 도쿄돔을 찾은 일본과 미국 스카우트들은 “정확성에 파워까지 갖췄다. 김태균이 올 시즌 뒤 FA(프리에이전트)가 되는 게 맞느냐”고 묻는 등 정보 수집에 분주하다.

이승엽이 3년 전 홈런쇼를 벌일 때 김태균은 벤치에서 구경만 했다. 당시 그의 성적은 3타석 1타수 무안타(볼넷 1개, 사구 1개). 지금은 김태균이 중심이다. 앞으로 최대 네 번이나 한국을 만날 수도 있는 일본은 ‘괴물’ 김태균의 출현에 적지 않게 신경 쓰고 있다.  

도쿄=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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