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를 요리하라] 지글지글 볶는 ‘고추장 닭’에 홀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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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도쿄 인근 지바(千葉)현 마쿠하리(幕張)에서 열린 도쿄음식박람회 한국관. 한국요리 교실 부스를 가득 메운 일본인 등 100여 명의 관람객이 요리에 열중이었다. 주변에 미국·멕시코·대만 등 경쟁국이 있었지만 한식 붐에 파묻혀 한적했다.

도쿄음식박람회의 한국 음식 부스에서 재일 한국인 요리사가 퓨전 한국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안내판에 쓰인 일본어는 ‘어서오세요 한국’ 이란 뜻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이날 선보인 한식은 ‘닭고기구이 고추장 버무림’. 한식 하면 김치와 불고기 정도만 알고 있던 일본인 관람객들은 새로운 한식 퓨전요리에 감탄했다. 이날 돼지고기·떡·김치볶음도 선보인 재일 한국인 요리사 고현철(35·일본명 고켄테쓰)씨는 “한국요리는 조금만 레시피를 바꿔도 다양한 맛을 내는 퓨전요리가 돼 여러 나라 사람의 입맛에 맞는다”며 한식의 세계화 성공 방향을 제시했다.

3~6일 개최된 이번 행사에는 세계 60개국에서 2400개 업체가 참가했다. 한국관은 한식의 다양한 요리 과정이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일본 최대 공동구매 회사들의 한식 메뉴 정보와 식자재 공급 약정(MOU) 요청도 잇따랐다. 전국에 3400개 점포를 갖고 있는 일본 최대 수퍼마켓체인 연합회인 CGC와 일본 동북부 지방 최대 생활협동조합인 미야기(宮城)생협은 행사 기간 중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와 농식품 수입약정을 체결했다. CGC의 모리타 다카오(森田隆夫) 사장은 “일본인들이 한국에서 먹어본 본고장 맛을 알게 되면서 한국 농식품 수요가 폭발적”이라며 “본고장 메뉴와 제맛을 내는 한국산 농식품 정보를 적극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위해선 메뉴의 표준화와 식품 위생·안전 기준을 현지 기준에 맞추는 것이 숙제다. aT의 윤장배 사장은 “일본 수입업자를 한국으로 초청, 생산 이력관리 체제를 보여주고 공동 브랜드 제도를 운영해 식품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한식 세계화 덕분에 지난해 44억 달러였던 농식품 수출 목표를 올해 53억 달러로 높였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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