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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 읽기] 2025년 한반도 통일 … 뉴욕 홍수 … 미 정보기관 지구촌 미래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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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글로벌 트렌드 2025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지음
유지훈 외 옮김, 예문, 1만1000원

 “대체로 흐림. 곳에 따라 때때로 폭우”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관과 연구소, 전문가들이 참여해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2025년의 지구촌 전망이다. 미국 정부 산하 16개 정보기관의 보고를 취합, 분석하는 국가정보위원회(NIC)의 예측이니 마음이 편치 않다. NIC는 1997년 『글로벌 트렌드 2010』을 낸 것을 시작으로 세 번에 걸쳐 5년 단위 미래 예측보고서를 냈다. 이번 네 번째 보고서는 역대 최대 인원이 참여해 설득력을 커졌다고 자부하는 ‘역작’이다. 지난해 말 오바마 대통령당선자 측과의 조율을 거쳐 공개됐다 한다.

글로벌 경제, 세계 인구동향, 에너지· 식량· 자원 문제, 지역분쟁 등 7개의 영역으로 나눠 미래를 전망하는데 성글다 싶을 정도로 쉽게 서술되어 있다. 가상의 편지, 일기, 신문기사 등을 통해 메시지를 재미있게 전달하기도 한다. 예컨대 2020년 10월 미국 대통령이 쓴 ‘일기’는 아찔한 내용이 담겼다. 세계적 기후변화로 뉴욕에 홍수가 났다. 월 스트리트는 큰 타격을 입어 증권거래소를 옮겨야 할지 고민하고 UN 총회리셉션이 항공모함에서 열리는 판이다. 인용된 영국 보고서에는 21세기 중반이 되면 2억 명의 ‘기후변화 실향민’이 생기는데 이들은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결국 난민이 되어 다른 국가에 큰 사회문제를 제기할 것이란 구절도 보인다.

가장 관심이 가는 한국 관련 대목은 ‘지역분쟁:꺼지지 않는 갈등의 불씨’에서 눈에 띈다. 하나의 통일국가가 될지 느슨한 남북연합이 될지 형태를 알 수는 없지만 2025년 무렵엔 한반도가 통일된단다. 그런데 썩 유쾌한 소식은 아니다. 비핵화, 비군사화, 난민 유입, 경제 재건 등 난제에 부닥쳐 1991년의 우크라이나처럼 비핵화 보장을 조건으로 국제적 경제지원을 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국책기관의 보고서가 대부분 그렇듯이 ‘제언’ 또는 ‘처방’이 있긴 하다. 그런데 그것이 맥이 빠진다. 인간의 행위가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요인이지만 결국은 이를 이끄는 지도자들에게 달렸다니 말이다. 미국의 행로, 그리고 국제정치 판도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우선 읽을 만하다. 저작권이 없는 탓인지 ‘한울’에서도 같은 제목의 책이 같은 때 나왔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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