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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급 가야 금동관 3점 일본서 발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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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비에 가려진 고대왕국인 가야에서 만들어진 금동관 3점이 8백점이 넘는 고분출토 유물과 함께 해방후 일본 땅에서 50년 넘게 비장돼 온 것으로 밝혀졌다.

재일동포 컬렉터 김형익 (金炯益.69) 씨는 지난 9월초 일본 도쿄 미나토구 아오야마 (東京 港區 靑山)에 있는 자택에서 가야.신라.낙랑.고려의 고분출토유물 8백26점을 중앙일보 취재팀에 공개했으며 그중엔 국내에 존재가 알려져 있지 않은 국보급 가야시대 금동관 3점도 포함돼 있다.

이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금동관 3점은 1천3백~1천4백년전인 5세기~6세기말 제작된 것으로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금관 (국보 제188호) 과 같은 형태에 크기도 비슷한 출 (出) 자형 금동관 한 점과 국내에서는 아직 한번도 발굴된 유례가 없는 왕관형 금동관 한 점, 그리고 왕비관으로 추정되는 금동관 한 점으로 모두 경남양산의 가야고분 출토품이다.

소장가 金씨는 "21년전 일본인 유명 컬렉터로부터 이 유물을 일괄 인수했다" 며 이 유물들이 1965년 한.일협정 당시 반환의 초점이 됐던 일본인 컬렉터 오구라 다케노스케 (小倉武之助.1870~1964년) 의 수집품중 일부라고 말했다.

59개의 오동나무 상자에 담겨 있는 이들 유물에는 각각 출토지를 말해주는 메모가 달려 있는데 도쿄국립박물관 관계자에 따르면 메모의 필치가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된 오구라 다케노스케 컬렉션의 메모와 일치한다는 것. 한양대 박물관 김병모 (金秉模.고고학) 관장은 새로 공개된 3점의 금동관에 대해 "신라 금관이 가야지방으로 전파되는 과정을 말해주는 귀중한 자료" 라며 "특히 나뭇가지형 입식 (立飾) 이 둥글게 말려올라간 서양 왕관형 금동관은 이제까지 국내에 한번도 발굴된 예가 없는 북방계 금동관의 모습을 보여주는 국보급 자료" 라고 평가했다.

소장가 金씨는 유물 공개와 관련해 "고대 가야문화의 실체를 말해주는 자료인 만큼 한국에서 연구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중" 이라고 말했다.

도쿄 =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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