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中企 희망 심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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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개성공단 본단지에 앞서 개발된 시범단지 2만8000평 부지의 모습. 부지 정지 작업이 마무리돼 공장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토지공사]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업체로 선정된 ㈜로만손 김광성 상무는 지난 16일 태어나서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았다. 그는 "개성 시내는 자동차 한 대 보기 힘들 정도로 경제 상황이 열악해 보였다"며 "우리가 반드시 성공해서 도움이 돼야겠다는'동포애'를 느꼈다"고 말했다.

TV모니터 등에 들어가는 전자부품을 만드는 ㈜용인전자 윤광원 부장은 "입주 경쟁률이 9대1에 달했을 정도로 북한에 공장을 짓고 싶어하는 중소기업인들이 많다"며 "이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개성공단 입주 예정 기업으로 선정된 15개 업체 관계자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북한에서의 성공을 통해 한국의 중소기업에겐 희망을, 북한 주민들에겐 일자리를 주고 싶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시범단지는 개성시 봉동리 일원 1백만평에 추진되는 개성공단 1단계사업(2백50~3백개사 입주 예정) 중 본 개발에 앞서 2만8000평을 개발하는 것이다. 입주업체로 선정된 회사들은 지난 14일 한국토지공사와 계약을 맺었다. 빠르면 오는 10월말 쯤 현지에서 공장을 돌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중국 보다 유리=입주 업체들은 중국 등 해외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개성 공단이 중국보다 낫다"고 말했다. 운동화을 생산하는 ㈜삼덕통상 전성철 팀장은 "중국 청도에 있는 공장에서 납품받는 것보다 납기일을 15일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북한에서 운동화 밑창을 제외한 반제품을 만들어 한국에서 운동화를 완성할 계획인데, 중국에서 반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운송 및 통관 등에서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성 공단은 서울에서 직선 거리로 60㎞, 자동차로 2시간여 거리다. 인건비도 월최저 임금이 50달러, 사회보험료가 7.5달러로 시간 외 수당 등을 고려해도 월 60~65달러면 해결된다. 중국 칭다오(淸道)의 100달러 수준보다 싼 것이다. 땅값은 평당 15만원선으로 경쟁력이 있다.

?북한 주민 일자리 5000개 창출 전망=시계 완제품을 생산할 계획인 ㈜로만손은 부품업체 5개사와 함께 개성공단에 들어간다. 약 90억원을 투자하고 640명의 북한 노동자를 고용할 예정이다. 완성된 시계는 로만손이 뚫어놓은 세계 각지의 시장으로 팔려 나간다.

국내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용인전자는 40~50억원의 투자와 500명의 고용을 예상하고 있다. 의류업체인 ㈜신원은 북한에서 베스띠벨리 등 국내 여성복 브랜드를 만들어 국내에 팔 계획이다. 30여억원을 투자하고 450명 정도를 고용할 계획이다.

?기대 반, 우려도 반=중소기업들은 북한 노동자들에게 지시하거나 협력하는 관계가 잘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북한 노동자들은 남쪽 사람들과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말이 안통하는 해외에서도 해낸만큼 노사 관계나 기술 습득 등은 1년 정도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품의 원산지 표시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메이드 인 DPRK'로 표시할지 '메이드 인 코리아'로 할 지가 확정되지 않았다. 북한산으로 표기될 경우 미국 등 북한 물건에 대한 수입금지를 하고 있는 지역에는 물건을 팔 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공업 용수 등 인프라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과, 공장 건립 비용이 다소 비싼 것도 업체들의 걱정꺼리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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