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기, 북한 영공 안 거치고 우회 비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북한이 5일 동해안 북측 상공을 통과하는 남한 민간 항공기에 대한 위해 가능성을 밝혀 정부와 항공사들이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성명에서 9일 시작할 한·미 합동 ‘키 리졸브’ 군사연습을 거론하면서 “군사연습 기간 우리 측 영공과 그 주변, 특히 우리 동해상 영공 주변을 통과하는 남조선 민용 항공기들의 항공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고 언급했다. 조평통은 “(이 훈련은)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선 후 처음으로 벌이는 것으로 이는 공화국의 존엄과 자주권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관영 중앙통신이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6일 판문점에서 열릴 북한과 유엔사 간의 장성급 회담에 맞춘 기선 잡기용일 가능성이 있다”며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협박이지만 북한 군의 동향을 주시하며 강화된 대비 태세를 유지 중”이라고 말했다. 한 정보당국자는 “북한이 동해 상공과 동해 해상에 항공기와 선박의 항행 금지 구역을 선포하지는 않은 상태”라면서 " 한·미 합동 군사연습 기간 중 현재 발사 준비 중인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최근 동해안 함북 무수단 기지에서 대포동 2호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의 시험발사 준비를 해 왔다. 정부는 북한 성명과 관련, 6일 관계 부처의 입장 조율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항로 변경”=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북한의 위협에 따라 미국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출발해 북한 동해상의 영공을 거쳐 인천으로 들어오는 항로를 변경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북한의 발표 이후 6일 오전 6시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뉴욕발 항공기부터 항로를 변경한다.아시아나항공도 시카고에서 출발해 6일 오전 6시 인천에 도착하는 항공기부터 북한 동해상 영공을 통과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북한의 동해상 영공을 통과해 인천으로 들어오는 국내외 항공편은 하루 29편 정도이다. 먼저 국적 항공기의 경우 미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12편과 러시아에서 오는 4편 등 16편이 북한 동해상 항공을 통과한다. 또 미국과 러시아에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외국 항공편 13편도 북한의 영공을 이용한다.

항공사들은 북한 동해상의 상공을 통과하면서 한 편당 약 135만원의 영공 사용료를 낸다. 항공사들이 북한에 영공 사용료를 내면서까지 북한 상공을 통과하는 것은 연료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북한 동해상 영공을 거치는 캄차카 항로를 이용할 경우 북태평양 항로보다 거리로는 약 1200㎞, 시간상으론 한 시간가량을 단축할 수 있다”며 “항공기 한 편당 약 300만~400만원의 운항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채병건·장정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