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진, 또다시 괴력 발휘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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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정관장의 여인’ 이민진(사진) 5단이 다시 한번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한·중·일 3국의 대표 여자 기사 5명이 연승전으로 격돌하는 제7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이 중국의 독무대 속에서 최종라운드(9~12일)를 앞두고 있다. 이미 2라운드를 끝낸 이 대회에서 중국은 무려 4명이 건재한 반면 한국은 이민진 5단 단 한 사람만 살아남아 기적이 아니고선 우승이 불가능한 상태다. 일본은 물론 전멸했다.

그러나 이민진에게 이런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무려 세 번째다. 그는 2007년에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가 기적의 5연승을 거두며 한국에 우승컵을 안겨줬다. 2008년에도 한국은 이민진의 5연승 덕분에 우승을 거머쥐었는데 이때는 박지은 9단이 뒤를 받치고 있어 조금 여유가 있었다. 2년 연속 5연승, 합계 10연승을 거두며 완벽하게 해결사 역할을 해 낸 이민진은 국내에선 우승컵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국제무대, 그것도 국가대항전에만 나가면 세계 최강의 여자 기사들을 추풍낙엽으로 쓸어 버린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정관장의 여인’.

한국은 이번에도 이민진 5단을 굳게 믿고 있다. 그를 최종 수문장으로 돌린 것도 정관장배에만 나가면 샘물처럼 솟아나는 그의 괴력을 믿기 때문이었다. 이민진은 대단히 전투적이고 배짱이 좋다. 초반엔 불리해도 중반부터 판을 난전으로 이끌어 역전승을 거둔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중국도 ‘삼세번의 실수’만은 막기 위해 이민진 바둑을 연구하는 등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번 대회는 중국의 송용혜 초단이 초반 6연승을 거두며 무대를 장악했다. 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으로 중국동포인 송 초단은 지난해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 여자 바둑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신흥 강자. 한국은 박지은 9단이 반격에 나서 송용혜 돌풍을 잠재우고 2연승을 거뒀지만 곧 또 다른 중국 신예 리허 초단에게 패배하고 만다. 중국은 리허 외에 왕상윈 초단, 정옌 2단, 탕이 2단 등 기존의 강자들을 밀어내고 새로 등장한 정예 4명이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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