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 한총련 아들 석방시킨 '父情의 대자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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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정기철 (鄭基喆.22) 군의 가족이 추석을 맞는 감회는 남다르다.

아버지 정춘섭 (鄭春燮.50) 씨의 눈물겨운 부정 (父情) 이 동료학생들과 수사검사를 감동시켜 한총련 사태로 구속됐던 鄭군이 지난 12일 구속취소 결정으로 풀려났기 때문이다.

유명 출판사의 이사로 근무하던 鄭씨는 막내아들인 鄭군이 한총련 출범식 당시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달 19일 구속되자 직장일을 뒤로 미루고 '아들 구하기' 에 나섰다.

검찰에 석방탄원서를 낸 鄭씨는 매일같이 성대 총학생회 간부들을 찾아가 한총련 탈퇴를 호소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고민끝에 鄭씨는 학생들의 '선전수단' 인 대자보를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자필 대자보를 게시판에 내걸었다.

내용은 "한총련 사수를 주장하는 학생회 간부들의 부모님들이 살얼음 위를 걷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불안에 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느냐" 는 호소였다.

또 매일 성균관대~혜화 전철역을 운행하는 셔틀버스에 올라 등교길 학생들에게 안타까운 부모의 심정을 호소하고 한총련 탈퇴를 권유했다.

이같은 鄭씨의 노력은 학생들을 조금씩 감동시켰고 8일부터 사흘간 실시된 한총련 탈퇴 학생투표에서 학생들은 64%가 찬성해 탈퇴를 결의했다.

그러자 鄭씨가 아들에게 쏟은 사랑을 지켜보던 검찰도 12일 鄭군을 석방, 아버지 품에 돌려보냈다.

鄭씨는 "더이상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는 폭력시위는 사라졌으면 한다" 며 눈시울을 붉혔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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