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서 불경기로 재산 압류당하는 공매물건 크게 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전주시덕진구우아동 姜경환 (43) 씨는 직장생활 15년만인 지난해 1월 은행에서 2천4백만원의 대출을 받아 24평짜리 아파트를 마련했다.

그러나 올 2월부터 회사 사정이 안좋아 월급을 8개월째 못받는 바람에 매달 25만여원씩 내는 이자 5개월치가 밀려 은행에서 집을 압류해 성업공사에 매각처분을 의뢰,가족들이 길거리로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건축자재상을 하는 申영길 (39) 씨도 지난 95년 건축자재 판매가게를 내면서 은행에서 1억원을 융자받았으나 최근 경기가 악화되면서 판로가 막혀 융자금을 갚는 것은 물론 세금도 못내 땅 1천여평과 건물등을 압류당했다.

장기간의 불황으로 이같이 국.지방세를 못내고 금융채무를 불이행한 업체.개인사업자들이 재산을 압류당해 성업공사에서 처분되는 공매물건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12일 성업공사 전주지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말까지 세무서.금융기관등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압류재산 처분건수는 5백1건 1백29억4천8백98만원에 이른다.

이는 95, 96년의 같은기간 1백18건 55억8천2백15만원에 비해 건수는 5배정도, 금액은 2배정도 증가한 것이며 전체의 80%가량이 1억원미만이다.

공매물건중 소액이 많은 것은 지난해까지는 종업원 50인이상 중소기업들의 재산압류 처분이 90% 이상이었으나 올해의 경우 소규모 슈퍼마켓등 개인사업자들, 기업의 파산등으로 월급을 받지 못해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을 갚지 못한 개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성업공사가 공매처분하고 있는 재산종류는 토지가 3백52건에 24만여평으로 가장 많고▶건물 83건▶자동차 42대▶기타 34건등으로 나타났다.

성업공사 관계자는 "종전에는 압류된 재산의 주인이 대부분 중소기업들이었으나 최근1년 사이 회사원등 개인소유의 재산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며 "경기침체 여파가 기업에서 개인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전주 = 서형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