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양 유괴사건 시간별 범행 재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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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괴범 전현주 (全賢珠) 씨는 지난달 30일 오후1시20분쯤 서울서초구잠원동 뉴코아백화점 앞에서 나리양을 만났다.

친정 어머니와 백화점에 옷을 사러 왔다가 헤어진뒤 혼자 학원을 가던 나리양을 우연히 만난 것이다.

학원을 가던 나리양이 먹던 아이스크림을 땅에 떨어뜨린뒤 버리려고 하자 "왜 아까운 아이스크림을 안먹느냐" 며 집어서 건네줬다.

全씨는 예쁘장한 외모에 집에 돈이 있어 보이는 나리양과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이름등을 알아낸뒤 학원입구에서 헤어졌다.

이어 全씨는 나리양이 다니던 학원으로 전화를 걸어 "초등학교 다니는 조카가 있다.

나도 예전에 학원영어강사를 한 적이 있다" 며 학원이 끝나는 시간등 학원생활에 대해 이것저것을 물어 챙겼다.

수업이 끝나는 시간쯤 학원을 찾아간 全씨는 나리양에게 "언니가 좋은데 구경시켜 줄테니 같이 가자" 며 유인, 버스와 지하철.택시를 갈아 타고 어둑해질 무렵 남편 崔모 (32) 씨의 서울동작구사당동 극단사무실로 데려갔다.

극단사무실에서 아버지 직업등을 알아낸 全씨는 나리양을 데리고 나와 약국과 문구점에서 수면제와 테이프등을 구입한뒤 극단사무실로 돌아갔다.

全씨는 약국등을 돌아다니던중 나리양 부모에게 "나리는 잘있다" 며 전화를 걸기도 했다.

오후 10시쯤 수면제 두알을 사탕으로 속여 먹였지만 나리양이 잠을 자지 않고 "집에 보내 달라" 며 울먹이자 또다시 수면제 한알을 먹이고 목졸라 살해한뒤 31일 오전 2시쯤 全씨는 나리양의 입과 발을 테이프로 감아두고 귀가했다.

다음날 오후 3시52분쯤 全씨는 서울중구남산동 J은행 앞에서 공중전화로 "2천만원을 준비해 명동 M빌딩 8층으로 오라" 고 나리양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또 이날 오후9시3분쯤에도 全씨는 서울중구명동 사보이호텔 맞은편 S커피숍에서 다시 나리양의 집으로 전화를 걸다 경찰의 발신지 추적에 걸렸으나 임신8개월의 불편한 몸이란 점과 학교 후배들의 거센 항의에 힘입어 붙잡히지 않았다.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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